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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Sep 21. 2023

같은 책, 다른 생각(6)

이미예작가의-달러구트의 꿈백화점-


(아이가 읽은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나는 오늘 '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아빠가 베스트셀러라며 사 오셔서 읽게 되었는데, 친구들이 많이 읽는 것을 봐서 약간은 기대를 하며 읽었다.  줄거리가 딱히 없는 책의 내용은 마치 동화 속 이야기처럼 흘러간다.




 여기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로 '꿈'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길거리는 꿈을 파는 상점들로 가득 찼으며, 전설의 꿈 제작자들의 연말 그랑프리를 응원하는 '열성팬'들로 시끄럽고,

꿈을 사가는 많은 사람들(참고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사람들도 잠이 들면 그곳으로 가서 꿈을 삼)로 북적거린다.


그중에서도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은 그 도시의 랜드마크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고, 대표적이며 젊은이들에게 Top1 일자리이다.

이 책은 그런 곳에 갓 입사한 우리의 덜렁이 신입사원 '페니'로부터 출발해 서서히 흘러가며 무심한 듯 담백하게 나에게 환상의 세계를 선물해 준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밤에 레이저쇼가 펼쳐지는 에버랜드 대관람차 맨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낭만을 느꼈다. 책의 스토리는 어찌 보면 뻔하고 지나칠 정도로 차분했지만, 그 안의 내용을 곱씹을수록 따뜻한 감동과 몽실몽실하게 마음을 간질이는 듯한 무언가를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이 책은 특별한 내용이 없고 너무 분명하기 그려진 노선을 따라가는 그런 단순한 동화 같은 느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길 사이사이에서 달러구트의 해학과 손님들을 향한 담담한 위로, 손님들의 삶의 지혜, 그리고 그곳에서 페니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톡 쏘는 사이다 같은 상큼하고 우스운 매력이 보였기에 읽는 내내 포근한 담요 속에 안겨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아깝다고 생각했던 '자는 시간'과 불쾌하고 어수선하기만 했던 '악몽' 그 외의 꿈에 관한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되었다.


특히 '자는 시간'과 '악몽'은 내가 가장 싫어하고 하찮게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인데, '자는 시간'은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악몽'은 좋지 않았던 시간들을 극복하고 그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전환시키는 기회를 준다는 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비록 이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해서 안타깝기는 하지만, 과학자들도 꿈에 관해서는 정확한 이론을 내세우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즐거운 꿈을 꾸고 싶은 오늘, 고민이 있어 잠들지 못한 내일, 그리고 숙면하는 모레까지, 잠들 때마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을 방문해 달러구트와 심신 안정쿠키를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눌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물론 내가 꿈을 자주 꾸는 편은 아니어서 그들이 나를 단골로 알고 있지는 않을 것 같지만...)




(내가 읽은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손 때가 묻은 빈티지가구에 눈길이 가는 것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도 유행이 지나 반짝반짝하던 빛이 좀 흐릿해졌을 때 나 혼자만 조용히 꺼내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왠지 시끌벅적하면 분위기에 들떠서 주변만 두리번거리다 길을 잃을 것 같았기에..


유행이 한참 지난 뒤 나는 달러구트의 꿈백화점을 방문했다. 어쩌면 너무 시시한 꿈이 즐비해  있어 실망할까 봐 방문을 미룬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꿈백화점에 들어왔을 때 이미 나는 달러구트의 꿈백화점에서 어떤 꿈을 사면 좋을까?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꿈을 꾸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루고 싶은 욕망이 없어서인지.. 아님 불면증 때문인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게 자리 잡아 잠을 설칠 때가 많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디로 돌아가고 싶을까? 그리고 지금은 어떤 꿈을 꾸고 싶을까? 미래에 내가 바라고픈 행복은 무엇일까? 다시 헛된 것만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학창 시절 설렁설렁 대충대충  했던  공부를 열심히 해보고 싶다. 그래서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 되어보고 싶다. 그러면 지금의 나보다는 나에게 만족하고 돌아가신 엄마를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었겠지?   

그리고 엄마가 건강하셨을 때, 엄마랑 같이 아기자기한 여행을 해보고 싶다.

맛집도 찾아다니고, 호젓한 길을 걸으며 산책도 하고, 이것저것 쇼핑도 하고, 별 것 아닌 일들로 깔깔 웃기도 하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을 들추어 볼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다.

다시 꿈꿀 수 없는 시간들이라 많이 아쉽다.


달러구트의 백화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던 시간들을 계속 꿈꾸면 그 시간들이 무뎌져 더 이상 아픔이 아닌 시간들로 잊힌다.

나도 과거의 아쉽고 아팠던 시간들이 무뎌질 만큼

꿈을 꾸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내가 지금보다는 단단해질 있겠지..


그리고 지금 현재의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싶을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지금의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 지..

똑같은 일상이 지루해 뭔가 스펙터클한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만 하고 있는  아닌 지..

나만 보잘것없고 평범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 지..

달러구트의 삶의 이야기 속에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은

 "나의 삶에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바꿔 보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만족하는 것"이다.라는 달러구트의 말처럼

평범한  절대적인 진리를 자꾸 고민해 보고 들여다봐야겠다.

그러다 보 언젠가는 나도 달러구트 백화점에

꿈을 파는 제작자가 될지도 모르니..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행복한 꿈을 꾸는 이들보다는 아픈 꿈을 꾸는 이들에게 눈길이 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삶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겠지..


꿈을 꾸는 모든 이들이 꿈을 통해 삶의 이유를 찾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 이유가 어떤 이유이든 행복하고 따뜻한 결말을 맺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삶이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꿈을 통해 위안을 받고 덜 아팠으면 좋겠다.

어릴적 행복한 꿈만꾸던 시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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