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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Oct 04. 2023

같은 책, 다른 생각(7)

장영희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아이가 읽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나는 최근에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엄마의 추천으로 우연히 접하게 된 책이었는데, 첫 느낌은 굉장히 상투적이었다.

왜냐하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제목부터가  ‘지금 네가 살고 있는 건 그야말로 기적이니까 더 나은 삶 같은 건 바라지도 말고 그냥 감사하며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훈수 두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그렇기에 처음부터 내키지 않는 생각으로 펼친

이 책의 첫 느낌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생각보다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생각보다 유쾌하고 단순했다.

외국에서 박사 과정까지 밟은 교수답지 않은 실수투성이의 인간미 넘치는 글들은 제목에서 받았던 딱딱한 느낌을 저절로 없애주었고,

또한 그녀의 글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본인의 실패담부터 시작해서 경험담, 가르쳤던 학생들에게 쓰는 따뜻한 편지들과

가족, 친구들 함께한 이야기,

그리고 삶의 태도에 관한 교훈들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웃기면서도, 깊은 내면의 고민들을 어루만져 주었다.

힘들고, 서럽고, 외롭고, 불쾌하고, 짜증 나고, 싫었던 고민들 말이다.

그런 고민들에 갇혀서 하루를 허비하거나 짜증과 신경질로 하루를 채울 때면, 이 책은 내 무의식 속에 떠오른다. 그리고 말한다.

너를 믿어봐.’ 그리고 때로는 더 나아가서 말한다.

그깟 거 가지고 뭐. 그깟 것들 때문에 속상해하지 않아도 돼. 잊어버려. 괜찮을 거야.’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해 아주 훌륭한 상담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 많이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인생을 살아갈 때 고비 없이 평탄하게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TV에서도, 그리고 책에서도 살면서 겪었던 인생의 많은 고비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인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을, 사람들을 보며 어른이 되는 것이 문득문득 두려워지기도 했다.

내 인생이 내가 꿈꿨던 완벽한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걱정들과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이 한마디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장영희 교수는 말한다.

나는 그때 마음을 정했다. 명을 깨울까 두려워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두 깨워가며 큰 걸음으로 당당하게 살 것이다,라고.’

이것이 바로 해답일 것이다.


우리에겐 인생을 살아갈 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불행과 행운을 모두 겪으며 살거나, 불행과 행운 모두를 접어둔 채 살거나.

나 같으면 불행을 겪더라도 나의 행복을 위해 멋진 걸음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당당한 인생을 살고 싶다.

이 책이 나에게 전해준 작은 용기이다.




(내가 읽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10여 년 전 나에게 많은 위로를 전해준 장영희교수의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다시 펼쳐 들었다.

어쩌면 많이 부럽기도 했고, 많이 안타깝기도 했던 장영희 교수의 삶 속에서 나는 또다시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예나 지금이나 돌이켜보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에 나도 동의한다. 나는 늘 지나온 삶에 대해 아쉬워하고, 이루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그래서 나 자신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못마땅함에 한탄하고.. 스스로를 원망하며 자책하고..

그럴 거면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거나

미친 듯 열심히 살아야는데 타고난 태생이 그렇게 독하거나 근성이 있지를 못해 내 앞에 주어진 일들만 간신히 처리하며 살아가는 나는 매 순간 회한에 젖는 일이 많다.


하지만 장영희교수의 에세이 속에는 그런 후회를 잠재우는 메시지가 있다.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보라(Count your blessings)'

남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고 내가 지금 지니고 있는 행복을 찾아보라는 메시지가 문득 내 마음을 두드렸다.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내가 가진 것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거나 선망의 눈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삶이 늘 부족하고

모자라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것들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젊음의 청춘 같은  열정은 없지만

세상을 편안히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몸의 건강을 지니고 있다.


가끔은 성격이 안 맞아 다투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상의할 남편과 건강한 아이가 있어 축복이다.


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이들의 아픔을

같이 아파해주고 이해하려고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예쁘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편안한 인상과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나는 부지런하지는 않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꼭 하는 성격이고 나보다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편이다.


나는 전업주부라 사회적인 성취는 없지만

한두 시간이면 따뜻한 밥  한 끼를 맛있게 해서

가족들에게 전해 줄 음식솜씨를 가지고 있다.


나는 사랑이 많은 엄마에게서 자라서

늘 긍정적이고 건강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내가 손내밀면 언제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두세 명은 있다.


그리고 나는 부족한 면도 많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적어보니 아무것도 보잘것없이 느껴졌던

내가 갑자기 신의 은총이라도 받은 것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모든 것은 어쩌면 마음의 문제인 것 같다.

내가 나 스스로를 어루만지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갈 때, 삶이 풍요로워지고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는.


장영희교수에게 힘이 됐던 어머니의 한마디인 '뼈만 추리면 산다'라는 위로의 처럼

나도 돌아가신 엄마가 나에게 해주셨던 말씀인

'나는 우리 딸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무한 긍정의 말 때문에

자괴감이 들거나 힘든 일이 닥치거나 할 때도 넘어지지 않고 꿋꿋이 일어설 수 있었던  같다.

삶이 때로는 버겁고 힘겨운 순간

나의 딸도

내가 딸에게 전하는 한마디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너는 참 좋은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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