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인 내가 어쩌다가 호랑이 굴에서 자라게 되었을까. 하필이면 무심하기 이를 데 없는 섬나라 토끼와 인연을 맺었을까. 내 운명을 한탄하고, 내 선택을 후회했다. 나는 내 운명이 왜 이렇게 된 건지,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는지 돌아보았다. 나는 늘 생각했었다. 나는 호랑이 굴에서 자란 불쌍한 토끼라고. 호랑이 가족은 나를 통제하려 했고, 토끼 가족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고. 산속 동물들은 나를 따돌렸고, 섬나라 토끼들은 나를 무시했다고 그들을 원망했다.
그들 눈에는 보였을 것이다. 호랑이 앞에서 벌벌 떨고, 한편으로는 호랑이의 뒷배를 이용해 다른 동물에게 뻐기는 비루한 토끼와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한심한 토끼를 그들은 사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도 미처 몰랐던 진짜 내 모습이 드러났다. 짧은 내 꼬리는 처량하게 엉덩이에 축 달라붙고 말았다. 시든 배춧잎같이 늘어진 두 귀를 찢어져라 쥐어뜯으며 산속이 떠나갈 듯이 울부짖었다.
“으으윽, 나는 한심한 토끼야. 다 끝나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