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퇴사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헤쳐나갈 수 있다.
참으로 기이하다.
이야기를 마치자 어느덧 태양은 구름속에 숨는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나의 다짐을 이야기할 동안 태양은 구름속에 숨는걸 기다려준 것 같다.
그렇다.
만물을 깨우는 태양은 나의편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가볍게 러닝을 마친 후 대화를 나눈 바다가 보이는 카페 구석에 자리잡는다.
강릉여행에 함께한 책은 <나의 첫번째 사이드프로젝트>이다.
이미 여러개의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지만 나의 초심을 회상하기 위해 선택한 책이다.
한장, 두장 페이지를 넘긴다.
맙소사...
책을 읽으며 신선한 충격에 빠진다.
나의 사이드프로젝트는 정말 뻔한 거였다. 남들이 다 하는 그런 사이드프로젝트였다.
반면 책의 저자는 에어비앤비 외에 '나를 찾아가는' 유료 모임을 운영한다.
신문물과 같은 책을 보며 세상은 정말 넓디 넓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유튜브가 최고라는 생각에 한곳에만 집중했고 다른 가능성들을 소외시했다.
카페를 나와 바다를 보며 걷는다.
1박 2일의 나홀로여행동안 나는 60,000보가 넘는 걸음을 걷고 있다.
발걸음을 멈추고 문득 이런 생각이든다.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 예를 들어
"21살에 군대가기",
"취업은 빨리빨리",
"아이는 빨리 가져야해",
"안정적인 직장이 최고야"는 누가 정해놓은 것일까?
왜 나는 30년 넘게 그게 맞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가...
저 하늘의 절대자가 규정해 놓은 삶인가?
미국에서 교환학생을 했을때일이다.
교환학교 학점이 모교에 그대로 반영된다해 나는 불안감을 최고조로 안은채 공부만했다.
남들은 쉬엄쉬엄 공부하며 미국의 라이프를 즐기는데 말이다.
왜 그랬을까?
남들보다 빨리 취업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한학기 다시 학교를 다니는건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이 어긋나니 패배자라고 생각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그동안 불쌍한 인생을 살았다고...
나는 그토록 경쟁에 목말라가며 자신을 학대했다고...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을 사는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안정적이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인생을 이미 살고 있다고.
그러나 내 마음속 자아는 말한다.
나는 불쌍한 삶을 살았다고...
내 생각은 없고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만 살아왔다고...
진정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살아왔다고...
생각에 잠긴채 걷다 보니 어느덧 새벽에 나와 대화를 나누던 바다앞까지 이르렀다.
바다는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를 한자리에 불러냈다.
그리고 나는 '과거의 나'에게 화해를 건넨다.
"그동안 널 괴롭혀서 미안했어. 그게 당연한 삶이고 정답이라고 생각했어.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맘고생이 심했니? 이제 알겠어.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게 결코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는 것을... 남들이 추구하는 인생이 모두에게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사람마다 외모도 성격도 다르듯이 삶은 획일화 될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준비하는 퇴사가 평범한 길은 아니지만 나만의 스토리가 저 뒤에서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