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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유행사이

캐러셀(Carousel)

by 하루만

사실 이 브런치북은 쓰면서 정말 괴롭다. 내가 릴스로 성공해서 올리는 글들이 아니고 거북이처럼 느리기만 한 나의 현재진행형 행보를 담기 때문이다.

'누가 이런 글을 읽겠어?'

아직 숏폼을 만들어내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하지 못한 나의 부끄러움도 한 몫하겠다.


그럼에도 한 주간 내가 한 일을 곱씹어보자면 바로 유행하는 캐러셀을 만들어 본 일이 되겠다. 캐러셀은 원래 회전목마라는 뜻이다. 여러 장의 이미지나 영상을 한 포스트 안에 넣어서 옆으로 넘기며 보는 형식을 말한다.


SNS에서는 한 번에 2장 이상 최대 10장의 사진, 영상을 업로드해 좌우로 슬라이드 하며 넘겨보는 게시물이다. 일부 계정에서는 최대 20장까지도 올라가는 걸 본 적은 있지만,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캐러셀이 카드뉴스 아닌가요?"

캐러셀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형식, 즉 인스타의 "넘기는 기능"을 지칭한다. 따라서 카드뉴스는 캐러셀을 활용해 만든 콘텐츠로 볼 수 있다.






캐러셀의 장점

1. 체류시간 증가

-사용자가 슬라이드를 계속 넘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 오래 머무르게 됨

-사람들이 끝까지 넘겨보면 좋은 콘텐츠로 평가되어 노출이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음


2. 정보 전달력 강화

-한 장에 다 담기 힘든 내용을 여러 장에 나눠 설명 가능

-단계별 설명, 스토리텔링, 팁 모음 등에 최적화


3. 저장&공유 유도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사람들에게 저장을 유도함

-저장/공유는 알고리즘에서 강력한 긍정 신호라 노출 효과가 높아짐


4. 참여도 상승

-넘기면서 보는 행동 자체가 참여로 기록됨

-댓글, 좋아요보다 더 확실한 몰입 신호로 작동


5. 브랜딩에 유리

-시리즈 형태로 꾸준히 발행하면 책처럼 쌓이는 아카이브 효과

-신뢰도와 팬층 구축에 강하게 작용




처음 인스타를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콘텐츠를 발행하는지 유심히 살펴봤다. 특이하거나 아름답거나 신기한 것들을 하나씩 따라 만들어봤는데, 그중 이번에는 캐러셀이다.



내가 봤던 콘텐츠는 "What's in my bag?"이라는 문구와 함께 가방 안에서 내용물들이 밖으로 나오는 팝업캐러셀이었다. 이어서 어떻게 그 장면을 만드는지에 대한 설명이 다음 피드에 계속 담겨있다. 당연히 그 작업이 궁금한 사람들은 피드를 넘기고 살펴보다가 저장을 눌렀을 것이고 그 콘텐츠의 노출은 증가했을 것이다.





내가 만든 팝업캐러셀

나는 그 계정에서 배운 대로 움직이는 팝업 만들기를 캔바로 작업했다. 캔바가 익숙한 편이고, 새로운 것을 배우길 좋아하는터라 나에겐 즐거운 작업이었다. 이처럼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캐러셀을 만들고 설명을 덧붙인다면 저장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나는 캔바사용법을 알리는 계정이 아니기에 똑같이 만들 수는 없다. 이 방법을 참고해 나만의 캐러셀을 완성해야 했고, 그렇게 나는 달랑 2장의 캐러셀을 만들었다.



인스타를 쭉 살펴보면 그때마다 유행하는 형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쁜 감성샷, 카페나 여행 사진등이 주력을 이루며 "인생샷"이 중요했던 피드 시대, 가볍게 하루를 기록하며 실시간의 소통이 강화되었던 스토리 시대, 틱톡을 견제하면서 음악과 함께 짧은 정보나 밈이 주력을 이루었던 릴스 시대가 그러하다. 요즘에는 릴스와 함께 한 번에 여러 장 넘겨보는 캐러셀의 가치도 커지고 있다. 어떤 형태로 제작할지는 목적과 주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둘 다 병행하는 전략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다.



유행하는 포맷을 사용할 때 노출증가가 일어날 수 있고, 트렌디한 감각을 보여주는 채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유행은 짧게 돌고 빠르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몇 달이면 또 다른 유행이 등장하기에 내가 쓰던 형식이 낡은 것으로 전락할 수도 있고, 매번 트렌드 따라잡기만으로 채널을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민감한 만큼 휘발성도 강한 유행은 적당히 따라가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어제 뜨거웠던 반응이 오늘은 시들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창작자는 어떤 아이디어나 형태로든 그 안에 '내 것'을 담아 꾸준히 이어가는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이 관건이겠다.



그나저나 내 눈에 못 보던 스타일이 등장하면 근질근질 따라 하고 싶으니 나는 그게 병이다.


마흔현타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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