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고스란히 차 안을 달궈대는 8월 초다.
가족들과 양양을 다녀오는 길은 주말에다 여름휴가철이라 무척 복잡했다. 강하게 틀어놓은 에어컨 때문에 살짝 머리가 아파지려는 타이밍에 운전대를 잡고 있던 그가 대뜸 말을 던졌다.
"오늘 저녁은 꼬리곰탕을 해 먹자. 가는 길에 홍천 들러서 꼬리만 사가면 될 거 같아."
'헉'
순간 머릿속에 딸깍하고 필름카메라 셔터가 눌러지고 아일랜드로 간 서진이네의 꼬리곰탕이 보였다.
그러면 그렇지. 서진이네를 시청했던 순간부터 나는 곧 저 음식들을 먹게 될 줄 이미 짐작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더위에 지치고 막히는 길에 짜증까지 나 있지 않은가.
'먹는 게 뭐 그리 중해? 오늘은 제발 도착해서 편히 쉬자!'
목까지 올라오는 말을 간신히 삼킨 채 다정한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
"여보, 안 피곤해? 계속 운전도 했는데 언제 꼬리사서 피 빼고 그거 끓여 먹겠어? 게다가 이 더위에!"
"금방 하지~! 난 하나도 안 피곤해. 이건 곰탕이랑은 달라서 3시간만 하면 돼."
겨울마다 불 앞에서 6시간씩 3차에 걸쳐 곰탕을 끓여대는 분이라 더 이상 반박불가다. 기가 차서 입이 벌어진 채로 그를 쳐다만 볼 뿐.
매끼 저녁은
그의 입에서
침을 꿀꺽 삼키게 하는 메뉴가
떠오를 때 정해진다.
본인이 요리하든 사 먹든 꼭 그 음식을 먹는다. 결정된 메뉴를 눈앞에 펼쳐두고 한 입을 먹을 때, 사르륵하고 그날의 스트레스가 사라지며 곁들이는 한 잔의 술로 흥이 오른다는 그다.
지금은 요리에 갖은 정성을 다하지만, 신혼 때부터 칼을 잡고 주방에 들어왔던 것은 아니었다. 고기 굽는 것에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사업을 시작하며 사람들 만나랴 술자리 하랴 강남맛집을 다 꾀고 다니던 그는 그저 입만 고급인 맛잘남이었다.
맛에 까탈스럽던 그가
30인분 요리도 거뜬히 해내는 요섹남이 된 것은
불과 4년전
그러니까 코로나가 온 이후의 일이다.
온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단어만 들어도 덜컥 겁이 나는
그놈의 코로나말이다.
제길..
어쩜 저리 뽀얄까. 내 남자의 곰탕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