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가면을 썼다 벗었다 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주말 저녁이 되면 가족들 모두 모여 웃음을 자아내는 프로를 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개그맨들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말이다.
한 개그맨이 한 말이 생각난다.
자신이 가장 힘들 때는 마음은 울고 있는데, 스크린 앞에서는 오버 액션을 취하며 웃어야 한다고 말이다.
자신은 다음 생에 에는 개그맨을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직장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가면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나 역시도 마음은 울고 있는데, 병원에서는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 관리를 한다.
이게 프로라면 프로겠지만, 속으로는 나는 오늘도 가면을 쓰고 일을 하구나.. 라며 씁쓸함을 자아낸다.
인간 사회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상황에 맞게 알맞은 가면들을 얼마나 잘 바꿔 쓰느냐를 의미한다고 본다.
내일 또 시작되는 한주,, 싫어하는 누군가를 또 만나야 한다는 불편함.. 한주를 견뎌야 한다는 긴장감으로 주말 저녁이 되면 표정이 뾰로통하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두통과 불면증, 우울감이 급상승한다는 결과도 있다.
일주일 동안 우리는 직장 분위기나 직장 상사에 따라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해야 한다.
인정받기 위해서 나의 감정을 꼭꼭 마음속에 숨긴 채 말이다.
상사의 눈치에 따라 가면을 몇 번 바꿔 써가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퇴근시간이 되면 녹초가 된다.
그리고 집에 가면 말 한마디 하기 싫고, 실제의 내 모습을 드러낸다.
어쩌면 이게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말하지만 그러기엔 오늘도 내 마음에 병이 시퍼렇게 들었다.
한 번은 오후 근무를 위해 출근을 했는데 병동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당황한 나는 후배에게 왜 이렇게 선배들 기분이 좋은 거야?
무슨 일 있었어?
라고 묻자, 그 후배는 잘 모르겠어요.. 윗 연차 선생님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더니 박장대소를 했다고 한다.
후배는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같이 따라 웃었을 뿐이라면서 말한다.
이런 경험은 다들 한 번씩 겪어봤을 것이다.
진정한 나의 모습을 감춘 채, 누군가에게 관심받기 위해, 누군가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과장된 가면을 쓰며 일한다.
아님 가면 쓴 피에로가 되던지.
정치인을 보라. 그들은 남들이 탈당할 때는 이기적이고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막상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할 때면 그것은 대승적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이야기한다.
남들이 하는 건 손가락질이고 자신이 하는 건 올바른 선택이라는 씁쓸한 현실이다.
퇴근 후 자신의 마음을 술 한잔으로 달래 보며 가면을 벗어보지만, 다음날이 되면 우리는 또 다른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직장에서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아니 인정받기 위해서 어쩌면 생존하기 위해서 말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어느 날 잘못된 조직 생활을 이야기했다.
나는 한참 이야기를 듣다가 왜, 사람들이 잘못된 줄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걸까?
라고 묻자, 친구는 그게 살아남는 법이라고 했다.
잘못된 조직을 내가 나서서 고친다고 해서 바뀔 리가 없을뿐더러, 자신의 손에 더러운 것을 묻히기 싫다는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가면을 쓰며 살아가는 것이다.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직장인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위해서 항상 웃어야 한다는 생각에 짓눌린 결과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더더욱 우울해지는 것이다.
일본 쇼인여대의 나쓰메 마코토 교수가 처음 사용한 스마일 페이스 증훈 군은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경우 언제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자신의 고용상태를 지속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마음 상태와 상관없이 언제나 미소를 지어야만 한다.
스마일 마스크라는 가짜 표정의 가면을 쓰고 속으로는 슬픔과 분노를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가면 우울증(Masked depression)’ 과 유사하다.
직장인 p 씨는 아침 6시 만원 지하철에 몸을 겨우 싣는다.
어젯밤 마셨던 술 탓인지 속은 울렁거리고 머리는 지끈거린다.
시계를 보니 지각은 면할 거 같지만, 왠지 모르게 초조하고 화가 난다.
고시공부를 3년 하다가 포기하고 직장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지만, 막상 직장인이 되어보니 이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 직장에 들어가게 되어 누구보다 열심히 하겠다며 다짐했지만 1년 동안 자신은 자신으로서의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거미줄에 걸린 거미 같다는 생각을 한다.
끈적거리는 거미줄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한 거미가 자신의 모습 같다는 것이다.
같은 부서 입사 동기는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좋은 아침입니다. 라며 미소를 짓는다고 한다.
그런 동기를 보며 얼굴 한가득 가식적인 모습, 가면 쓴 모습을 보며 너는 좋아서 인사하니?
뭐가 그렇게 즐겁니?라고 묻고 싶다는 것이다.
몇 번씩 가면을 바꿔 쓰는 동료를 보며 직장의 생존 방식에 처절함을 느낀다.
지독히 싫은 상사에게 머리를 엎드려며 인사를 하고, 아첨을 하는 게 역겹다.
그러니 아침 출근길이 행복할리 없다.
오늘도 가면을 쓰고 출근하는 p 씨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제는 더 이상의 평생직장, 좋은 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
수십 년간 한 가지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가 되기보다 여러 일과 취미를 병행하며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N 잡러’가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가면 쓴 피에로가 되기보단, 나 자신을 위해 나 스스로 두발로 당당하게 살아가야 한다. 많은 직장인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내 마음을 돌보며 내가 쓰고 싶은 가면을 찾아야 할 때이다.
왜냐 하면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오늘도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는가?
더 이상 가슴 조리며 직장생활을 하지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