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타이틀에 얽매일 것인가?

by 천정은

오래전 기사를 보다가, 우리 한국 사람은 왜 타이틀을 중요시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사의 내용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저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 누구입니다.

예를 들어 그래픽 디자이너, 또는 예술 디자이너처럼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 사람들은 그 회사의 이름을 밝힌다고 한다. 삼성 전자에 근무하는 또는 대기업에 다니는 누구입니다.

대략 그 기사의 내용은 한국 사람들은 자신이 소속된 회사가 자신의 명함이라는 내용이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인지 알리기 전에 나를 감싸고 있는 든든한 조직을 먼저 밝히면 좀 더 나 자신이 업 되어 보이는 건지 의문스럽다는 내용이다.

나의 경우도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신용카드를 만들기 위해 매장에 방문했다.

직원 왈, 어느 회사 다니는 가요?

아.. 저는 지금 직장인입니다. 의료계 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 이름 좀 알려주세요.

왜요? 이름을 알아야만 만들 수 있나요?

직장이 규모가 어느 정도 큰지, 대기업인지 알아야 하거든요.

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 돈 벌어서 내가 갚겠다는데, 왜 회사의 규모가 중요 한 건지 의문이었다.

살다 보면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 아니 많은 회사들과 비교를 한다.

옆 동네 회사는 야근도 안 하고 몇 시에 퇴근한다는데.

주말 근무 수당도 높다는데..

나의 친구 회사는 해외여행도 보내준다는데..

상사가 선물도 챙겨준다는데..

이런 비교를 통해 내가 있는 조직은 하찮고, 옆 동네 대기업은 아주 훌륭한 기업이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한 번은 병원 보수 교육이 있어서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 참가했다.

각자의 명찰에는 소속된 병원. 이름. 지역이 적혀있었다.

우리 앞자리에는 대한민국의 최고의 대학병원 직원들이 있었다.

그들 나름대로는 자신들이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는지, 질문 시간에 자신은 모 대학병원 일하는 간호사라고 소개했다.

심 혈관 센터 간호사 누구입니다. 가 아닌 삼성 병원 누구입니다.

순간,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살짝 받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나와 같이 갔던 동료들은 뭐가 부러운 듯, 이병원은 분위기가 다르다.

이 병원 수간호사는 카리스마 넘친다.

이 병원 간호사들은 똑똑해 보인다며 타이틀만 보고 과대평가를 했다.

병원 타이틀만 듣고서 자신 보도 상대가 훨씬 멋지다면서 한없이 부러워한 것이다.

그만큼 타이틀로서 사람의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다.

자신이 더 잘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염두 해 두지 않고 말이다.

왜 남들의 타이틀만 보고 우리는 고개를 숙이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착각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아마도 그건,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아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하는 삶 , 남에게 비치는 삶을 살아가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대기업 직원은 아니더라도, 이 분야에서는 최고야.. 이분야의 최고가 될 거야.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타인을 볼 줄 아는 시선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타이틀에 얽매이며 회사를 다니는 것인지, 나의 분야를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어느 날 병원에서 일하는데, 한 환자분께서 이런 말을 했다.

삼성병원. 서울대 병원 간호사들은 주사를 얼마나 안 아프게 꼽는지..

그분들은 기술자.. 아니 박사님이야 박사님..

나는 그분 앞에서 삼성병원 서울대 병원 간호사들 모두에게 주사를 맞아 보셨나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그분은 삼성병원 서울대 병원 간호사를 하늘 높이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 병원 간호사들은 그쪽 보도 못한다는 식이였다.

나는 당당하게 저는 주사만 놓는 기술자입니다. 만약 오늘 맞고도 아프면 삼성병원으로 가십시오라고 말했다.

그 후부터는 그분은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삼성병원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물론, 그 병원의 간호사들은 훌륭하다.

나보다 성적도 우수했고, 미모도 출중했으니 그 병원의 인재가 될 수 있었을 테니깐.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타이틀로 살아간다면 그 인생 또한 행복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내부 조직 안에서는 괴롭고 힘든 삶을 살면서 밖에서는 자신의 타이틀로 자신을 치장하는 그런 삶 또한 안타깝다.

자신의 옷에 맞는 직장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살아가는 그런 삶을 지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매 순간 주사위를 던지며 어떤 숫자가 나올지는 운명에 맡기며 전전 긍긍한다.

중요한 건 그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실패할까 봐 무서워서 전전긍긍하기보단, 실패해도 다시 일어 설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타이틀에 얽매여, 찌든 삶을 억지로 살고 있다면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많은 날을 살아보지는 안 했지만, 인생은 풀리는 날보다 꼬이는 날이 몇 백배는 더 많다.

앞에서는 나의 성공을 격려한다고 했지만, 뒤에서는 실패를 은근히 즐기는 사람이 몇 백배는 더 많다.

하지만, 이제야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 줄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타이틀을 위해 지금도 특별하게 나를 포장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그런 삶은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삶, 가면을 버리고 타이틀을 버리며 살아가는 삶, 어쩌면 이게 한 번뿐인 인생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A 씨는 36세의 노총각이다.

그는 오늘도 선을 보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대기업에 다닌 A 씨는 자신은 경제력도 직장도 안정됐는데, 왜 여자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면 상대방이 싫다고 하고, 자신이 마음에 안 들면 상대방이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처음 여성분을 만날 때 어떤 이야기를 하냐고 물어봤다.

그분은 먼저 자기소개를 한다고 했다.

LG전자에 다니는 누구누구입니다.

상대방에게도 자연스레 하는 일을 물어봤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간호사 한 분을 만났는데, 그분은 대학병원 책임 간호사라고 했다.

그분에게 일이 힘드시죠?

대학병원 들어가기 위해선 공부를 많이 했겠네요?

무슨 대학 나오셨나요?

이렇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분 표정이 잠시 굳어지더니 지방대 나왔습니다.

자신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다지만, 상대방의 표정은 좋지 않다고 했다.

우리는 누군가를 알아가면서 그분이 하는 일, 타이틀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모 대기업 회장이라고 하면 이분에게 잘 보이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봐 말이다.

타이틀로 누군가가 나를 평가한다면 그분의 인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

나 역시도 신랑이 군인인데, 최근에 아파트에 어떤 분이 남편 계급을 물어봤다.

혹시 조종사인가요? 몇 기?

나는 당당하게 아닌 데요.라고 말했다.

그 후 그분은 몇몇의 조종사 후배들을 데리고 골프를 치러 다녔다.

남편의 계급이 마치 자신의 계급인 것처럼 말이다.

조종사가 아니면 끼어주지도 않는, 아니 그 자리에서 과감히 무시해버리는 그런 인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더 이상 남에게 보이기 위해. 나를 포장하고 타이틀로 살아가는 인생을 지양해보자.

스티브 잡스뿐 아니라 역사에 일획을 그었다는 인물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어떤 분야에 미쳐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길을 간다. 는 태도를 견지했다는 것이다.

누가 이해해주든 말든 상관없다.

나는 나 남은 남이라고 마음을 먹으면 된다.

실제로 나 좋으면 그만이지, 불편하게 뭐 하러 남에게 맞춰라든지 조금 별난 사람으로 보여도 괜찮아 라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타이틀만 쫒으며 불행한 인생으로 살지 않기를 바라본다.

그 타이틀 아니 그 가면 언젠가는 벗게 되어있다.

벗고 나서 차마 깨닫지 못한 것들을 알게 되리라.

그러니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내 좋은 것들을 하면서 살아가자.

더 이상 타이틀에 얽매이며 불행을 자초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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