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 병이 강한 너

by 천정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존재로 살았다.

학창 시절에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직장에서는 상사나 동료에게 의지한다.

연애할 때는 상대에게 의지하며 하루라도 안 보면 불안하다.

그러다가 혼자가 되면 힘든 시간을 보낸다.

직장인이 되면 대부분 집과의 독립을 선언한다.

뭐든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하지만 처음 마음과 달리 몇 달 지나면 외롭다며 우울하다.

힘든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집으로 들어가면, 나를 맞이한 건 어둠의 공포와 스산한 찬 공기다.

그렇게 외로움을 견딜 줄 몰랐기에, 직장생활에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나눌 이성이나 동성이 필요했다.

일부러 집에 들어가지 않고, 저녁시간을 네온사인에 맡긴 채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어느덧 세월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술잔을 기울이며 나눴던 대화나 수다는 나의 약점이 되기도 했고, 뒤통수를 맞아가면서도 그만 둘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의지했던 사람들에게 배신도 당하고 시련도 당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술자리에서는 고민을 들어준 척 하지만,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기분이나 감정 따윈 무시한다.

그럴 때 어떤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반면 어떤 사람은 복수에 활활 불타오른다.

왜 우리는 이렇게 누군가에게 의존하며 살아야만 할까?

대학 후배는 지방을 떠나 서울로 직장을 구해서 자취를 하는 중이다.

직장생활은 힘들었으나, 남자 친구가 곁에 있었기에 잘 견디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 후배는 요즘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남자 친구가 늘 출장을 다니다 보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든다는 것이다.

남자 친구가 자신을 버리고 떠날까 봐 일하면서도 불안하고, 퇴근 후에도 혼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망설이다가 전화기를 들고, 언제 돌아오는 거야? 얼른 오면 안 될까?

나 너무 힘들어..

출장 가 있는 남자 친구는 이런 여자 친구가 이해가 될 리 없다.

일하고 있는 중인데도, 다시 돌아오라고 하는데.. 남자 친구도 슬슬 짜증이 났다.

남자 친구는 여자 친구의 유리 심장을 알기에 차마 뭐라고 말하지도 못한다.

여자 친구의 눈치를 보면서 최대한 조심스레 말한다.

최대한 일끝 내고 빨리 갈 테니 영화다운로드하여서 보고 있어..라고 말이다.

그제야 여자 친구는 안심을 하면서도 1시간마다 전화를 걸며 언제 와?라고 말한다.

자신 곁에 누군가가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후배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흔히 의존성은 여성에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남녀의 비율이 비슷하다고 한다.

전문가는 사회적인 성 역할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진화적인 행동 전략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견해다.

어렸을 때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말을 잘 들어야 했기에,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순종하게 된다.

반면 커서는 외로움과 혼자라는 두려움으로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부서 동료는 윗 상사의 부당한 요구나 강도 높은 업무 지시에도 무조건 복종한다.

한 번은 너무 답답한 나머지 부당하다. 할 수 없는 일이다, 라며 강하게 얘기하라고 말했지만, 동료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했다.

상사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는 게 옳다는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상사의 지시대로 하라는 대로 하는 동료를 보면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동료는 자신이 착하고 말 못 해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동료는 아주 착한 사람이었지만, 사실 내면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상사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신이 나서기보단 누군가가 대신해 주고,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밥을 먹을 때도, 뭘 먹지?

옷을 고를 때도 뭘 사지?

직장을 들어갈 때도 어디를 가지?

나 역시도 의존 병이 심했던 사람이었다.

남의 눈치를 보며 남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남의 인생을 대신 사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왜? 지금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 마음에서 시키는 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우연히 봤던 책에 이런 내용이 나왔다.

그래서 뭐?라는 질문의 활용법을 얘기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거나 계속 기분이 저조할 때, 앞이 잘 안 보일 때 그래서 뭐?라는 질문을 던지면 매우 효과적이다.(며칠 전 봤던 책 내용 중 일부)

x는 무례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뭐?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뭐?

다들 나를 업신여기면 어쩌지? 그래서 뭐?

나는 외톨이가 되어 조롱받을 거야. 그래서 뭐?

외톨이 따위는 절대 되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뭐?

나는 외로움을 너무 광적으로 두려워해 그래서 뭐?

그건 비이성적인 행동이야. 그래서 뭐?

비상식적인 생각이니까 뭐. 별거 아니라고 그래서 뭐?

그러니까,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지.

남에게 의존하며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는 내 모습이 아닌, 진정한 나를 위해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내편이 없어서, 나를 알아주지 않아서 억울하고 울고 싶을 때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타인을 위한 삶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이다.

아직도 누구를 위해,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나 자신에게 의지하며 나 자신을 믿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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