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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선비 Mar 27. 2021

16. 온량거 속의 진실

     

……至平原津而病

……七月丙寅, 始皇崩於沙丘平臺.

……丞相斯, 爲上崩在外, 恐諸公子及天下有變, 乃秘之不發喪, 棺載轀輬車中, 故幸宦者, 參乘所至上食, 百官奏事如故, 宦者輒從轀輬車中, 可其奏事, 獨子胡亥趙高及所幸宦者五六人, 至上死.

……會暑上轀車臭, 乃詔從官, 令車載一石鮑魚, 以亂其臭.

-司馬遷 <史記·秦始皇 本紀>-     


……평원진(平原津)에 이르자 진시황이 병에 걸렸다.

……7월 병인일에 진시황이 사구평대(沙丘平臺)에서 붕어하셨다.

……승상 이사(李斯)는 황제가 외지에서 서거했기 때문에 여러 공자들과 천하 사람들 사이에 변란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하여, 그 사실을 비밀에 부친 채 상이 났음을 선포하지 않았다.

관을 온량거(轀輬車)에 싣고 예전에 총애하던 환관을 태웠으며, 가는 곳마다 음식을 올렸고 백관이 국사를 아뢰면 예전과 마찬가지로 환관이 온량거 안에서 신하가 아뢴 일에 대해 재가하였다. 

오직 아들 호해(胡亥)와 조고(趙高) 및 총애를 받던 환관 대여섯 명만이 진시황의 죽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더위를 만나 온량거에서 냄새가 나자, 시종하는 관리로 하여금 온량거에 건어물 1석을 싣게 하여 무슨 냄새인지 알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마천, <사기·진시황 본기>-     






그러나 사실 조고는 죽을 지경이었다. 

온량거라고는 하지만 썩어가는 시체와 한 수레를 타고 가는 것은 사람으로서 차마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자신을 누구보다도 아껴준 진시황의 마지막 부탁이 있었고, 이 일을 무사히 마무리하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을 권력과 부귀영화가 보장되어 있었다. 어쩌면 황제조차도 부럽지 않을 것이었다.     


두 달 전, 진시황을 만난 서불이 다시 동쪽 바다로 떠난 그다음 날이었다.

진시황은 드디어 조고와 호해를 불러서 자신의 계획대로 실행할 것을 명령했다. 

곧바로 황제가 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진시황은 더 이상 온량거 밖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진시황의 어가가 평원진에서 사구평대를 향하는 동안, 조고와 호해는 건어물을 산다는 핑계로 봉래 포구까지 나가서 온 시장을 시끄럽게 돌아다니다가, 밤이 깊었을 때 아무도 몰래 바닷가로 나가 마침 고기잡이에서 돌아오는 사나이 곽도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서 건어물 수레 밑에 감추어두었다.     

진시황은 자신이 신임하는 시종 100명을 미리 선발해 두었다가 그들만 데리고 배에 올라 동쪽으로 떠났다. 

사흘 동안만 배를 타고 큰 바다로 나가면, 바다 위에서 서불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면 자신은 이제 전쟁도 정쟁도 없음은 물론 자신의 개인적인 가족사까지도 잊어버릴 수 있는 이상향에서 편안히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될 것이었다. 

그까짓 불로초 따위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진시황의 뇌리에 자신이 어릴 적부터 겪어온 파란만장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보물을 이미 서불이 무사히 옮겨놓았다. 

자신이 미리 보내 둔 젊은 백성들이 옥토를 가꾸면서 낙원을 이루고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서불로부터 들었다.

며칠 전 서불을 만났던 날, 서불의 입을 통해 들은 백암산과 벽옥도와 영주산 이야기에 자신은 얼마나 가슴이 울렁거렸던가. 

지그시 눈을 감은 진시황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감돌았다.    

 

한편, 진시황이 없는 빈 온량거의 환궁 행차를 이끄는 조고는 극도의 긴장으로 쓰러질 지경이었다. 

황제의 온량거로 건어물을 가득 옮겨 실을 때는 온몸이 물에 빠진 것처럼 땀에 젖어들었다. 

여러 겹의 종이로 싸서 건어물처럼 위장한 어부 곽도를 다른 건어물 뭉치와 함께 온량거로 옮길 때도 힘들었지만, 혼자서 그것을 풀고 다시 황제의 복식으로 갈아입히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힘든 것도 힘든 것이었지만 무서운 것은 더 참기 어려웠다.     

썩어가는 시신에서 나오는 악취는 건어물 썩는 냄새와 섞여서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한다고 하지만, 양이 적다고는 해도 꼬박꼬박 들어오는 황제의 식사를 처리하는 일은 정말 죽는 것보다 어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말이 좋아 온량거지 한여름 수레 안에서 썩어 들어가는 시체를 곁에 두고 음식을 먹는 것은 정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훗날 조고가 호해를 허수아비 황제로 만들어둔 채 온갖 권력을 즐긴 것도 사실상 이러한 고역에 대한 보상심리였는지도 모른다.     

도성에 도착한 다음 날, 조고는 호해와 함께 조정에 나아가 진시황의 붕어를 만방에 발표하였다. 

물론 진시황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될 사람은 호해였고, 자신은 곧바로 호해에 의해 승상이 될 터였다. 이제 조고보다 큰 권력을 쥔 사람은 호해 한 사람밖에 없는 것이다.


이즈음의 사태를 사마천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至平原津而病

……七月丙寅, 始皇崩於沙丘平臺.

……丞相斯, 爲上崩在外, 恐諸公子及天下有變, 乃秘之不發喪, 棺載轀輬車中, 故幸宦者, 參乘所至上食, 百官奏事如故, 宦者輒從轀輬車中, 可其奏事, 獨子胡亥趙高及所幸宦者五六人, 至上死.

……會暑上轀車臭, 乃詔從官, 令車載一石鮑魚, 以亂其臭.

-司馬遷 <史記·秦始皇 本紀>-     


……평원진(平原津)에 이르자 진시황이 병에 걸렸다.

……7월 병인일에 진시황이 사구평대(沙丘平臺)에서 붕어하셨다.

……승상 이사(李斯)는 황제가 외지에서 서거했기 때문에 여러 공자들과 천하 사람들 사이에 변란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하여, 그 사실을 비밀에 부친 채 상이 났음을 선포하지 않았다.

관을 온량거(轀輬車)에 싣고 예전에 총애하던 환관을 태웠으며, 가는 곳마다 음식을 올렸고 백관이 국사를 아뢰면 예전과 마찬가지로 환관이 온량거 안에서 신하가 아뢴 일에 대해 재가하였다. 

오직 아들 호해(胡亥)와 조고(趙高) 및 총애를 받던 환관 대여섯 명만이 진시황의 죽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더위를 만나 온량거에서 냄새가 나자, 시종하는 관리로 하여금 온량거에 건어물 1석을 싣게 하여 무슨 냄새인지 알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마천, <사기·진시황 본기>-     


조고와 호해가 쥐고 있던 이날의 비밀 때문에, 이후로 전개될 중국의 역사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수도 함양으로 돌아와 황제로 등극한 호해는 불안에 휩싸였다. 

진시황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은 자신 외에 조고가 유일한데, 호해는 그 사실이 불안했던 것이다.

조고만 제거해 버리면 세상에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을 것이지만, 교활한 조고는 그러한 틈을 주지 않았다. 

조고는 진시황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으며, 만약 자신이 살해를 당하면 그 비밀을 세상에 공개하라고 그 사람에게 말해 두었다는 사실을 은근히 호해에게 알렸던 것이다.

호해는 그때부터 더욱 불안에 시달렸다. 

급기야 궁중의 모든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는 강박감에 시달렸고, 그러한 증상은 진시황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호해는 진시황의 아들과 딸들은 물론 진시황을 모셨던 궁녀들과 대신들까지 모조리 죽여 없앴고, 실제로 진시황의 죽음에 대해 문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승상 이사(李斯)까지도 반역죄를 씌워 죽이고 말았다.     

한편 조고도 호해를 황제로 옹립하는 대신 막강한 권세를 누렸다. 

황제가 된 호해를 주지육림에 빠지도록 해서 조정의 대신들로부터 고립시키고, 자신이 국정을 완전히 농단함으로써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사가 죽은 뒤 조고가 승상이 되자, 호해는 황제라는 허울만 쓰고 있었을 뿐 조정의 모든 권력은 조고가 행사하게 되었다. 

신하가 사슴을 가리키면서 황제에게 말이라고 했지만, 조정 대신 그 누구도 그것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황제에게 말하지 못했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故事)는 바로 이 시기의 조고에게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불러오는 여파가 얼마나 큰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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