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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선비 Mar 28. 2021

18. 왕자 부소

    

天下初定, 遠方黔首未集. 

諸生皆誦法孔子, 今上皆重法繩之, 臣恐天下不安. 

唯上察之.

-司馬遷 <史記·秦始皇 本紀>-   

  

이제 막 천하가 평정되었으나 먼 지방 백성들은 아직 모여들지 않습니다.

유생들은 모두 <시경>과 <서경>을 외며 공자를 본받고 있는데, 지금 황제께서는 법을 엄하게 하여 그들을 얽어매시니 소자는 천하가 불안해질까 두렵습니다.

황제께서는 이런 사실을 살펴주소서.

-사마천, <사기·진시황 본기>-     




  

 

서불과 동명이 사투를 벌이던 때에도, 황제의 배와 서불의 배가 만나서 군신 간의 뜨거운 정을 나누던 바로 그 시각에도, 같은 장소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두 개의 선단이 있었다.

하나는 동명이 말했던 영파 상단이 보낸 선단이었다. 

그들은 지난번에 잠시 귀국했던 동명으로부터 제반 사정에 대한 보고를 받고 면밀한 준비를 갖춘 다음 출항 일자만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서불이 봉래항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자 그들은 곧바로 출항을 서둘렀다. 

그들은 행여 발생할지도 모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무장을 갖춘 대원들을 모아 열두 척으로 선단을 조직하여 영파를 떠났다.

또 다른 한 무리는 완전무장을 갖춘 군인들로 구성된 선단이었다.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진시황의 맏아들 부소(扶蘇)였다.     

평원진에서 황제가 병에 걸렸다는 풍문이 막 퍼져나갈 무렵, 진시황은 자신이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던 아들 부소에게 밀사를 보냈다. 

밀서를 받아 든 부소는 다음 날 바로 자신이 직접 조련한 군사를 동원하여 전속력으로 동쪽을 향해 달려갔다. 달리는 말 위에서 부소는 2년 전 황제가 자신을 변방으로 보낼 때의 일을 떠올렸다.     


바로 2년 전, 

진시황이 즉위한 지 35년째 되던 해이자 동쪽으로 이상향을 찾아 서불이 떠난 지 7년이 되던 해였다. 

불로초를 찾아 떠난 서불은 돌아올 기미가 조금도 없었고, 어리석은 황제가 속은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했다. 진시황은 어사를 파견하여 상황을 조사한 다음 460명에게 사형 판결을 내리고 모두 생매장하였다. 

천하가 진시황의 폭정 아래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그대 오직 부소만이 황제의 부당함에 대해 간언을 올렸다.      

天下初定, 遠方黔首未集. 

諸生皆誦法孔子, 今上皆重法繩之, 臣恐天下不安. 

唯上察之.

-司馬遷 <史記·秦始皇 本紀>-     


이제 막 천하가 평정되었으나 먼 지방 백성들은 아직 모여들지 않습니다.

유생들은 모두 <시경>과 <서경>을 외며 공자를 본받고 있는데, 지금 황제께서는 법을 엄하게 하여 그들을 얽어매시니 소자는 천하가 불안해질까 두렵습니다.

황제께서는 이런 사실을 살펴주소서.

-사마천, <사기·진시황 본기>-   

  

이 상소문을 읽은 진시황은 한순간 생각에 잠겼다. 

비록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라 하지만,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황제의 아들이라고 해도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 없이 자리만 제대로 지키고 있어도 세월만 가면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장자(長子)의 입장에서 이렇게 간언을 하고 있으니, 그 한 가지만 보아도 부소의 인간 됨됨이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진시황은 이처럼 어진 부소에게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중원의 통일 천하가 아니라 전쟁도 암투도 없는 평화롭고 고요한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게 아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진시황은 거짓으로 부소를 변방으로 쫓아버림으로써, 세도를 좇는 인물들의 관심으로부터 그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즉 부소의 간언을 빌미로 삼아 그를 변방으로 추방해 버린 것이었다.


진시황은 부소를 상군(上郡)으로 보내면서 몽염(蒙恬)을 감시하라는 명을 내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글만 읽던 태자에게 변방을 지키는 장군을 감시하라니……, 

그 명령은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세월만 보내고 있으라는 말과 같았다.

진시황은 자신이 알고 있는 부소의 성정으로 볼 때, 그렇게 해두는 것이 그를 좀 더 학문에 침잠하게 하는 한편 살벌한 정쟁보다 학덕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라 여겼던 것이다.   

  

자초지종을 세세히 적은 진시황의 밀서를 받은 부소는, 한시가 급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밤을 새워 군사들을 독려하며 황제의 뒤를 쫓았다. 

조고와 호해가 미리 조치하여 마련해 둔 스무 척의 배는 이미 봉래항에서 출항 준비를 끝낸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다.

봉래에 사는 사람들은, 두 번씩이나 황제를 기만하면서 자신의 부귀영화만 안중에 두고 있는 서불을 치기 위해, 황제가 직접 그의 장군을 보내 토벌하라고 명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그 장군은 서불을 토벌하라는 황제의 명을 완수함으로써 지난날에 황제로부터 받은 처벌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었다. 

모든 것이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진시황의 계획대로 맞아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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