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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선비 Mar 23. 2021

3. 친구들

이상한 건 이것뿐만이 아니지

진시황이 죽자, 진시황을 모시고 다니던 측근들은

황제의 죽음을 비밀에 부치고 발표하지 않았어.

진시황의 죽음이 발표된 것은, 

그들의 행차가 수도 함양에 도착하고 난 뒤, 

그러니까 대략 두 달 뒤란 말이야.

7월 염천에 죽은 시체가 두 달 동안 부패되면서 수레 위에 실린 채 이동을 했다면

두 달 뒤에 그 시체를 보고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 있을까?        


                 





지난밤 마신 술에 곯아떨어진 채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강호병을 깨운 것은 그의 아내 조연사 여사였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몇 번을 망설이면서 안방을 들락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남편을 흔들어 깨운 아내 조연사는, 아직도 비몽사몽간에 있는 강호병의 손에 무선전화기를 쥐여주며 말했다.

"경태 씬데, 아침부터 몇 번이나 전화를 하셨어요. 어젯밤 술에 취해 늦게 들어와서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계속 말씀드렸는데, 급한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셔서 깨운 거예요. 한번 받아 보세요."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상태로 침대에서 반쯤 몸을 일으키던 강호병은 수화기를 든 채 다시 쓰러지듯 침대에 누우며 심드렁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또 뭔 일인데 아침부터 잠을 깨우고 지랄이냐, 이 새끼야!"

강호병은 일부러 대뜸 욕부터 내뱉으면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김경태가 미안함이 묻어나는 헛웃음과 함께 말을 건네 왔다.

“허허……. 야! 이 방위 새끼가 장군님 보고, 새끼가 뭐냐 새끼가! 

정신 차려라, 짜샤! 

니 휴대폰으로 전화했더니 계속 전원이 꺼져 있다기에 할 수 없이 집으로 전화했다. 

그래, 아직도 계속 술만 퍼마시고 있다며? 제수씨가 걱정이 많더라. 

그럼 오늘은 나랑 한잔하자. 내가 멋지게 쏠 테니까?”

강호병은 여전히 누운 채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전화기는 아예 침대 위에 던져두고 그 전화기를 베개 삼아 반쯤 베고 전화를 받고 있었다.

“마, 됐고! 잘난 장군 너나 좋은 데 가서 많이 먹어라. 난 그냥…….”

강호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김경태가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그러지 말고, 나와봐, 짜식아! 친구들 다 모아놨으니까! 

저녁 먹으면서 한잔 하자. 그리고 꼭 해야 할 얘기도 있고……. 

여섯 시 반에 예약을 해뒀으니까, 여섯 시까지 내가 차를 보내마. 준비하고 있어라.”     


생선회를 곁들인 멋진 한식 요리였다. 

식사가 거의 끝나가고 모두들 기분 좋게 취기가 돌 무렵, 김경태는 친구들을 둘러보면서 말을 꺼냈다. 

모두 열두 명의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자, 다들 잠깐만 여기 집중해 봐! 

오늘 내가 너희들을 모이라고 한 건, 내가 너희들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어서다. 

우선 TV 뉴스부터 보고 얘기를 시작하지.”

김경태가 리모컨으로 TV를 켜니 TV에서는 막 여덟 시 뉴스가 시작되고 있었다.

잠시 후, 뉴스를 진행하던 여자 아나운서 뒤쪽 자료 화면에 거북선 그림이 뜨자 김경태가 짧게 문득 한마디를 던졌다.

“자, 저 뉴스 잘 들어봐.”

뉴스 내용은, 경상남도에서 그동안 진행해 오던 ‘남해안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자세한 언급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별것도 아닌 것이기는 하지만 그냥 두기가 뭐해서 지나가듯 잠시 언급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날 정도로 무덤덤한 내용이었다.

그 뉴스가 끝나자 김경태는 리모컨을 눌러 TV를 꺼버렸다.

“바로 저 일이, 지난주까지 나랑 호빙이가 하던 일이다. 근데 이제 완전히 끝났다.”

강호병은 여전히 김경태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제 손으로 따라서 맥주만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취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김경태의 이야기가 짜증 난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이쑤시개를 삐딱하게 물고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비스듬히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정태승이 한마디 쏘아붙였다. 조그마한 체구이긴 하지만 대범하고 직선적인 성격이라, 무슨 말이든 에둘러하는 경우라고는 없는 친구였다. 그게 대인관계에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랜 친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막힌 데를 시원하게 뚫어주는 역할을 해서 다들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 정태승이, 피우던 담배를 막 재떨이에 함부로 눌러 끄면서 나선 것이다

“야, 웃기지 마라, 짜식들아! 뭐? 남해안 프로젝트? 

미친놈들……, 할 일 없으면 낮잠이나 자든가, 놀고 싶으면 솔직하게 그냥 논다 하고 놀든가……. 

까놓고 말해서, 국민 세금으로 좋은 배 만들어놓고, 말도 되지 않는 이름 하나 붙여서 장기간 크루즈 여행한 거 아니냐? 아니, 크루즈 여행은 자기가 돈이라도 내니 좀 낫네. 이거야 원, 월급은 월급대로 받아가면서 노는 거니, 꼬박꼬박 세금 내는 우리가 미친놈이지…….”

정태승은 담배 피우던 손을 들고 닦다가, 들고 있던 물수건을 식탁 위로 던지면서 한마디 더 덧붙였다.

“뭐? 거북선을 찾겠다고? 거북이 등짝 갈라지는 소리들 하고 자빠졌네!”

원래 시니컬한 정태승의 화법이 그런지라 모두 웃기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로 보아, 그 웃음은 대부분 정태승의 그 생각에 반쯤 동의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김경태도 잠시 따라 웃다가 곧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그래, 태승이 말이 전혀 틀린 건 아니다.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허탕만 쳤으니, 결과를 놓고 말하자면 아예 작정하고 크루즈 여행만 한 거랑 하나도 다를 게 없지. 

그런데, 크루즈 여행만 하고 온 나도 사실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며칠 동안 참고 지내다가, 지금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하소연 삼아 너희들에게라도 속을 털어놓으려고 오늘 보자고 한 거다.”

김경태는 보기 좋게 반쯤이나 벗어진 머리를 두 손으로 한 번 쓸어서 뒤로 넘긴 다음 내뱉듯이 말을 이어갔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얘기 꼴이 된 거지 뭐!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봐라.”

모두가 반쯤 취기를 느끼다가, 뭔가 심상치 않다는 표정으로 김경태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방금 다들 들었듯이, 뉴스에서는 ‘남해안 프로젝트’를 ‘남해안에 침몰해 있을지도 모르는 임진왜란 때의 거북선을 찾는 작업’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 

우리가 찾으려 했던 것은 사실 거북선이 아니라 ‘금인’이었다. 금인, 이해가 가냐? 

쇠로 만든 사람 말이다. 마징가 제트나 로보트 태권 브이 같은…….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도 그게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아직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야. 

어쩌면 영원히 모른 채 끝날 수도 있고…….”

김경태는 말끝을 흐리면서 잠시 고개를 숙인 채, 그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좋을까를 고민하는 듯하더니 곧 작정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대략 설명을 하자면 말이야……. 진시황 때 만들어진, 군인 복장을 한 커다란 동상 같은 물건인데, 사실 지금 이 세상에서는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거지. 무슨 그림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기록에 의하면 대략 십사오 미터 키에, 신발 크기가 일점 팔 미터 조금 못 되는 정도의 군인 모습? 아니 어쩌면 민간인 복장일 수도 있고…….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그것은 대략 오 층 건물 높이의 동상(銅像)이야. 낙산사 해수관음상 있지? 그게 십륙 미터 정도 된다고 그러더라고. 그러니까, 그걸 연상하면 쉬울 거다. 

그런데 그 속이 비어 있어서 뭔가를 넣어둘 수 있는 공간도 있고……. 그리고 어쩌면 그 속에는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진귀한 보물이 들어 있을 수도 있지.”

그때, 평소에 아주 이성적이고 냉정한 판단력의 소유자로 인정을 받고 있던 이근형이 김경태의 말을 자르면서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그럼, 그게 도대체 뭐란 말이냐?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진시황 때 만들어진 물건이 왜 우리나라 남해 바다에 가라앉아 있단 말이냐?”

김경태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혓바닥으로 입술을 빙 둘러 핥더니, 눈을 내리 깔고 잠시 컵을 만지작거리다가 이근형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바로 그거야! 그러니 서둘지 말고, 일단 내 말부터 잘 들어봐라.”

김경태는 잠시 말을 멈추고 머릿속으로 뭔가를 정리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했다는 건 너희들도 잘 알잖아? 그런데 진시황은 어린 시절을 불행한 가족관계 속에서 보냈을 뿐만 아니라, 평생을 전쟁 속에서 지낸 사람이거든. 그래서 자신이 천하를 통일하자, 이 세상에 더 이상의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나름대로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 그게 바로 천하의 병기를 모은 다음, 그 칼과 활촉을 모두 녹여 그 쇠로 사람 형상을 만드는 거였어. 크기는 아까 말한 그대로고…….”

김경태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좌중을 한번 둘러보았다. 친구들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거기까지는 역사책에 나오는 거라서 알 만한 사람은 대략 다 안단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큰 물건이 도대체 어디에 있었으며 어떻게 없어졌는지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거야.”

김경태는 자신의 왼쪽 끝자리에 앉아 있던 김상오를 흘깃 보고는 약간 계면쩍은 웃음을 띠면서 말했다.

“사실 나도 여기까지는 대략 알겠는데, 그게 우리나라 남해 바다에 가라앉기까지의 경로를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더란 말이야. 설명을 들을 땐 그렇구나 싶던 것이, 나더러 설명을 하라면 못하겠더라고……. 

사실 이 문제의 열쇠를 쥔 사람은 바로 저기 앉아 있는 상오거든. 지금부터 본인의 입을 통해 자세한 스토리를 한번 들어보자. 나도 다시 한번 듣고 싶다.”

순간 좌중의 기대에 찬 시선이 일제히 김상오에게로 쏠렸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김상오는 약간 쑥스럽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예전에 똑똑한 애들이었다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그렇게 말하는 도중에 김상오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살짝 올라갔다 내려왔다. 김상오가 한쪽 입꼬리를 일그러뜨리면서 웃는다는 건, 그가 뭔가 어색해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정태승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아이고, 됐네요. 똑똑한 거 좋아하시네. 반풍수 아니면 다행이지…….”

그 말을 들은 김상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정태승을 보고 또 한 번 싱긋 웃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지금부터 자네들이 알고 있는 역사적 지식을 모두 되살리면서 내 얘기를 잘 들어봐라.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이상하다 혹은 이해가 안 간다 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내 말을 자르고 질문을 해도 좋다.”

김상오는 자기 앞에 있던 반쯤 찬 물 잔을 다 비우고 나서 말을 시작했다.

“너희들은 ‘진시황’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뭐가 생각나냐? 

만리장성, 분서갱유, 병마용갱 등등 많지? 그리고 불로초도 연상될 거다. 

또 그 양반이 불로초가 있다고 믿었던 삼신산(三神山), 즉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이 현재 우리나라의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알려진 얘기니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김상오의 미간이 약간 모아지면서 미간에 엷은 주름이 졌다. 스스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그 불로초를 구하려고 서불(徐市)이란 사람을 보냈다는 것과, 그 서불이 동남동녀 오천 명을 인솔해서 우리나라를 향해 떠났다는 것 정도는 알지?”

김상오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좌중을 한번 둘러보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말이야. 너희들 진시황이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도 아냐? 아마 웬만해서는 거기까지는 잘 모를 거다.”

김상오는 잠시 허리를 비틀어 자제를 고쳐 앉았다.

“진시황은 오십 세쯤에 지금의 산둥반도(山東半島)를 순수(巡狩)하다가 죽었다고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되어 있거든. 

근데 순수가 뭔지 정확히 잘 모르지? 순수는 천자가 제후국을 시찰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거든. 우리나라 신라시대 진흥왕 순수비를 생각해 봐. 그건 신라 진흥왕이 그곳까지 시찰했다는 뜻 아니냐? 거기까지 신라 영토였다는 증거가 되는 거지.”

김상오는 어느새 두 손은 상하좌우로 흔들어가면서 상기된 표정으로 마치 강의하듯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쨌든 진시황이 지금의 서안(西安)에서 출발해서 동쪽의 산둥반도 끝 부분까지 왔다는 말이니까……, 여기까지는 별 무리 없이 이해가 갈 거라고 믿는다. 

그럼 지금부터는 너희들이 잘 모르는 얘기를 한번 해볼 테니까 잘 들어봐라.”

김상오는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들이켜 마시고 자세를 고쳐 앉은 다음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진시황은 쉰 살에 죽었단 말이야. 

잘 모르긴 해도, 그 사람은 천하통일이라는 대업을 완수할 정도로 추진력과 정열에 넘치는 사내였을 거라고, 안 그래? 그리고 대륙을 누비며 순수에 나설 정도로 건강했던 사람이었을 것이고. 

그런데 그 진시황이 여행 중에 며칠을 앓다가 동쪽 땅 끝에서 갑자기 죽었다? 이거, 이상하지 않냐? 

이상한 건 이것뿐만이 아니지. 

진시황이 죽자 진시황을 모시고 다니던 측근들은 황제의 죽음을 비밀에 부치고 발표하지 않았어. 

진시황의 죽음이 발표된 것은, 그들의 행차가 수도 함양에 도착하고 난 뒤, 그러니까 대략 두 달 뒤란 말이야. 7월 염천에 죽은 시체가 두 달 동안 부패되면서 수레 위에 실린 채 이동했다면, 두 달 뒤에 그 시체를 보고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 있을까? 

그런데 더욱더 이상한 것은, 황제의 시체임에도 불구하고 부패를 막기 위한 어떠한 조처도 하지 않았다는 거야. 춘추시대만 해도 시체의 부패를 막기 위해 얼음을 사용했다는 기록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거든. 

천자부터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시체의 부패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얼음의 양이 법으로 정해져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일이었단 말이야. 물론 일반 백성들이야 얼음을 구할 수가 없어서 차가운 물을 사용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어쨌든 그런 방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색이 천하통일의 주역인 진시황의 시체를 그대로 방치했단 말이야. 

내가 왜 감히 방치라고 말하는가 하면 말이야, 그 사람들은 진시황의 시신이 부패하지 않도록 노력한 것이 아니라, 부패는 그대로 둔 채 오히려 그 시신이 부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노력하는 데 급급했거든. 

그들은 진시황이 타던 수레는 물론 진시황의 수레 앞뒤로 산동 지방의 건어물을 잔뜩 실은 수레를 배치해서 그 건어물들을 썩히면서 두 달 동안 계속 여행을 했어. 건어물 썩는 냄새로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를 가려버린 셈이지. 그러니 방치라고 하지 않겠어? 

자, 그러면 그들은 왜 불경스럽게 진시황의 시신이 부패하기를 바랐을까? 시신이 부패하면 할수록 그 시체의 주인공이 누군지 분간할 수 없거든. 그들의 목적은 거기에 있지 않았을까? 

그들이 부패하도록 방치한 목적이 시신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도록 하는 데 있었다면, 옮겨간 것은 사실 진시황의 시신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김상오는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친구들의 눈길과 하나하나 눈빛을 맞추면서 둘러보았다. 마치 그들이 무슨 질문을 해주기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고, 오히려 의외의 사실에 놀란 듯 긴장한 표정들이 역력했다.

김상오는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또 한 가지 더 의문이 있어. 바로 동남동녀 오천 명에 대한 의문이야. 

동남동녀(童男童女)란, 말 그대로 ‘어린 사내아이와 어린 계집아이란 말 아니냐? 그런데 말이다. 서불의 목적은 불로초를 찾아서 가지고 오는 일이었거든. 이게 앞뒤가 맞는 일이라고 생각해? 불로초를 찾으려면 약초 전문가들을 데리고 가야 맞는 거 아니냐?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을 데리고 가서 뭐 하겠다는 거냐? 

그래, 천만 번 양보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 치자. 그럼 왜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필요했을까? 그것도 남녀를 뒤섞어서 말이야. 보통의 원정대라면 남자들로 구성되는 게 상식 아니냐? 

어떠냐? 너희들 생각은?”

김상오는 다시 친구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면서 뭔가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표정이었으나 결국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나도 김상오의 이야기를 그냥 그대로 전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나는 그가 하는 이야기를 요약하거나 정리할 만한 능력이 없을뿐더러, 내가 섣불리 그렇게 하다가는 이 기이한 이야기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상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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