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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 또 온 도시엄마

7별. 복남이

by 류지 Mar 20. 2025

엄마는 하루에도 두, 편의 꿈을 꾸느라

아침이면 힘겹게 일어나는데

너의 태몽은 꾸질 못했어


첫째는 딸을 낳고 싶었는데

"엄마랑 같이 목욕탕 다니겠네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온 저녁,

눈부신 무지개가 지천에 널린 곳에

등을 대고 누웠던

그 꿈을, 그 따뜻함을 여전히 기억해


예정일이 보름이나 남았는데도

아빠더러 아기가 나올 것 같다며 짐들을 챙기던

그때의 결정이 자랑스러워


처음이라 겁이 나던 순간에

'분만호흡법만 기억하자'던 

나의 침착함은 칭찬받을만했어


네가 쑤욱 빠져나오던 그 시원한 청량감,

하얀 털뭉치들 사이로 찡그린 두 눈,

목젖이 보일 만큼 커다랗게 울던 붉은 입술,

주름진 손가락과 발가락,

"복남아"라고 부르자 반응하던 너의 두 귀.


그거 알아?

두 눈을 꼭 감고 자고 있는 너의 모습에서

벌써 10살이 되어버린 너의 얼굴에서

나는 여전히 복남이를 처음 만났던 1월 9일 새벽 1시 12분의 너를 본다는 걸 말이야


아기냄새 그득한 기억 한 장이

이렇게나 좋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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