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전 일주일
6월 18일 일요일 아침,
아주 오랜만에 커피를 내려 마셨어.
매일 아침,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일이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었는데,
아프고 나니 커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났어. 그러다 한 번 마셨던 날,
잠이 안와서 온 밤을 뒤척였었지.
카페인의 작용에도 무척 예민해져 있나봐.
오늘의 커피타임은 아주 행복했어.
내가 여유를 즐긴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거든.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향을
음미하는 그 순간을, 네 아빠가 사진으로
찍어놓고는 처음 보는 표정이라며
눈물이 핑 돌만큼 좋아했어.
이전엔 커피를 마시면서도,
음악을 들으면서도, 머리 속에서는 해야
할 일들의 순서를 짜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지내온 지난 날들을 후회하지는 않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나를 칭찬하고싶어.
그리고 이제는 쉬어가라고, 운명이 내게 준
기회라고 생각하게 되는구나.
항암제의 부작용에서 빠져나오는데는
사흘 정도가 걸리는 것 같아.
이후 다시 입원하기 전 일주일간은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최고의 행복감을 느껴.
나는 암환자이며,
내 조건은 나아진게 없는데도 말야.
나의 아침을 예로 들면,
육십 평생, 맞이했던 아침들과
지금 내게 찾아오는 아침을 맞이하는 나의
마음은 아주 많이 달라져 있어.
메스꺼움 없이 새벽에 눈을 뜨고,
청량한 아침공기를 들이마시고,
허기를 느끼고,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르고,
음식을 차려 먹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고맙고 또 고마워.
요즘은 곧잘 음식을 입에 넣고 씹으면서
식재료의 다양하고 풍성한 맛을 음미해 본단다.
그 맛 하나 하나가 내 혀의 감각을 즐겁게 하고
몸 속 세포 하나, 하나에 스며드는
에너지 자체라는 것을 느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