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앞의 엄마를 보고 눈물 흘리는 딸
그런 그녀를 흘겨보던 나.
톡!... 톡!.... 그녀가 화면을 두드리는 동안 벌써 줄이 길어졌다. 처음 내가 바로 그 뒤에 섰을 때 "내가 느려서 미안합니다."라고 말을 건네오던 때. 그 시점부터 꽤 시간이 흐르긴 했다. 아무도 없던 내 뒤에 더러 사람들이 늘어나버렸으니. 중년과 노년, 그 어느 사이에 있는 듯한 당시 그녀의 모습. 그 말을 건네오던 장면은 수줍었다고 해야 할까, 불안에 떨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1. 매장취식
2. 포장
처음 '단계'는 그래도 비교적 버튼과 글자가 큰 편이라 잘 넘어갔다. 그러자 메뉴판이 주르륵 나왔다. 커피를 마시러 왔는데 영어로 적혀있는 'ESPRESSO'와 'DRINK' / 'TEA'는 물론 다양한 종류의 상위 카테고리들이 그녀를 에워쌌다. 어떤 걸 드시고 싶냐는 내 질문에 "따뜻한 커피 두 잔이요."라고 말한 그녀. 나는 다시 '단 것'과 '달지 않은 것' 중 무엇을 원하냐고 물었다.
여차저차 주문을 끝낼 무렵이 되었는데 아뿔싸 결제도 난관이었다. 카드는 있는데 포인트 적립 창이 뜨더니, 닫아도 다른 안내가 숱하게 흘러나온다. 카드 꽂는 곳도 잘 찾을 수가 없다. 희미하게 보이는 구멍에 어느 방향으로 넣어야 할지 한참 고민하던 그녀. 다시 손을 뻗는 나의 손에 그 카드가 들어왔다. 이내 구멍에 잘 맞춰진 걸 보고서 그녀는 안도했다.
'이제 내 차례가 되었구나!'
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또 진동벨을 못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마침내 오른쪽에 놓인 걸 들어, 적힌 숫자를 입력하고서야 그녀는 그 자리를 내게 내주었다.
톡톡톡! 빠르게 버튼을 누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라떼 한 잔을 시킨 뒤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았다. 옆 자리를 보니 그녀가 앉아있었는데 혼자가 아니었다. 앞자리 젊은 여성은 "엄마, 이거 봐! 지금 진동벨이 울리잖아. 이러면 커피를 찾으러 가야지!"라며 그녀를 재촉했다.
무턱대고 일어나 카운터로 가는 그녀에게 딸은 다시 한번 소리쳤다. "엄마! 이거! 이거 들고 가야지!" 다시 총총걸음으로 달려와 진동벨을 들고 픽업대로 가는 모습. 그녀에게는 에어컨이 소용없다. 송골송골 맺힌 이마의 땀방울을 채 닦지 못하고 흔들거리는 쟁반을 든 채 딸의 앞으로 돌아왔다.
"그럴 거면 본인이 가서 주문하고 받아올 일이지."
툭! 내뱉는 내게 어머니가 등짝을 대차게 내리치셨다. "으이구! 조용히 좀 해!"라는 잔소리를 들으며, 나는 머쓱함에 아메리카노만 쭉쭉 들이켰다. 따뜻한 담소를 나누다가 점심시간이 될 무렵이 되었을 즈음, 우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머니가 이윽고 입을 여셨다.
"아까, 네가 그 할머니 도와주고 있는데, 그걸 보고 옆에서 딸내미가 울드라?"
"예?"
"아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닦으면서 가만 앉아 지켜만 보더라구? 모르지. 따로 살다 오랜만에 온 건지, 어디 멀리 가는 건지…. 너 화장실 갔을 때도 보니까 자꾸 스마트폰으로 인터넷뱅킹 가르쳐주더라구."
별안간, 조수석에 앉은 '어머니를 둘러싼 차의 시트가 이렇게 컸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우리 어머니가 이렇게 작은 소녀였구나.'하는 생각이었던가.
나는 무엇을 해드리고, 무엇을 미처 해드리지 못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