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도시 혹은 와인의 도시

그곳은 시그나기 სიღნაღი 입니다.

by 행복해지리




1화. 비행기에서 내게 토한 그놈을 시작으로 조지아 여행기를 연재 중입니다.







시그나기

수도 트빌리시에서 차로 2시간 이면 닿을 수 있다.

'중세의 성곽도시' 혹은 '사랑의 도시'라는 불리는데 나는 그보다는 '백만송이 장미'와 '와인'으로 기억한다.



조지아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봄일 것이다.

넓은 평원에 포도가 자라는 모습, 초록초록한 풀을 자유롭게 뜯는 소들의 목가적인 풍경, 카즈베기 주타 트레킹,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걷기 등에 모두 봄이 딱 좋은 시기 같다. ( '같다' 난 한겨울에 가서 누리지 못한 것이 많다.)

시그나기는 해발 800m에 위치한 역사유적도시라서 한 겨울에 여행하기 추웠다.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사랑의 도시인데 사람이 없고, 문 닫은 가게도 많아서 적적했다.

조지아는 봄이 좋겠다.


20190109_164119.jpg 흐린 날씨가 아쉽다.
P20190109_222709559_FE6A8BD4-1C9A-4322-8AA7-4E19E4C47C03.JPG 해발 800m에 자리한 성곽도시 시그나기
P20190109_220603824_C426B865-9245-422D-8FD7-6224F05F321E.JPG 사람이 없으니 이러고 놀아도 볼사람이 없다. 트빌리시에서는 괜찮았는데 시그나기에서는 추웠던 옷차림. 모자를 뒤집어써서 체온을 보존했다.
20190109_173917.jpg 참으로 썰렁했던 사랑의 도시
P20190109_223807265_F0CDA104-7EDB-4D90-9296-1536716B940D.JPG 당나귀 타고 왕진하는 의사 선생님
P20190109_224915166_E39A2DC6-80F4-407A-83F6-6C77E4F09254.JPG 왕진 간 남편을 기다리는 부인과 강아지, 그리고 나 ㅋ







슬픈 백만송이 장미, 조지아 국민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


니코 피로스마니(ნიკო ფიროსმანი ნიკო ფიროსმანი)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조지아의 국민화가로 피카소 등 많은 화가에게 영감을 준 화가다.


하지만 우리가 그에 대해 전혀 모르는 건 아니다.

우리에게는 가수 심수봉의 목소리로 기억하는(기억하면 나이가 나오는 거다) ♪백만송이~백만송이~ 장미♪ 러시아 버전 가사의 주인공이 바로 그이다.



640px-Ge-money-lari-1.jpg 조지아 화폐 라리에 니코 피로스마니 (사진출처 : 위키백과)



피로스마니가 이곳 시그나기 근처에서 태어났다.

그의 애잔한 사랑 이야기 때문에 그의 고향 마을은 사랑의 도시가 되었다.


피로스마니는 많은 화가들이 그러했듯 살아있을 땐 그의 화풍을 인정받지 못해 늘 가난했다.

그러다 프랑스의 한 여배우를 사랑해서 그가 갖은 집과 그림, 마지막에는 피까지 팔아서 백만송이 장미를 선물했다. 이 이야기의 진실성에 대해 시비가 있지만 그것을 떠나 맹목적으로 사랑을 표현한 순수함이 감동을 준다. 매사 계산이 앞서고 실리를 따지는 삶이라 그의 순수함이 더욱 빛나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그의 사랑 이야기는 러시아의 '백만송이 장미' 가사에 녹아있다.

Жил - был художник один, Домик имел и холсты.
한 화가가 살았네, 홀로 살고 있었지.

Но он актрису любил, Ту, что любила цветы.
그는 꽃을 사랑하는 여배우를 사랑했다네.

Он тогда продал свой дом, Продал картины и кров И на все деньги купил Целое море цветов.
그래서 그의 집을 파고, 그림을 팔아서 그 돈으로 장미의 바다를 샀다네.

Миллион, миллион, миллион алых роз Из окна, из окна, из окна видишь ты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붉은 장미, 창가에서 창가에서, 창가에서 그대를 보겠지.

Кто влюблен, кто влюблен, кто влюблен, и всерьез, Свою жизнь для тебя превратит в цветы!
사랑에 빠진 사랑에 빠진 살에 빠진 누군가가 그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꽃으로 바꿔놓았다오.


-러시아 버전 '백만송이 장미'의 가사 중 일부 - (나무위키 참고)



러시아 버전의 백만송이 장미 (니코 피로스마니의 삶을 가사화 한 곡이다)


내가 좋아하는 백만송이 장미 버전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수록된 고우림 버전)








조지아는 와인이지,

시그나기 와이가게 도장깨기


조지아에는 유명한 와이너리를 두루 방문하는 당일 패키지 상품이 많다. 참고하시길.

시그너기에는 골목골목에 와이너리가 많았다.

직접 생산한 와인을 팔기도 하고 그냥 와인 전문 가게이기도 하고 다양하다.

허나 관광객이 드문 계절이라 그런지 문 닫은 곳이 많아 아쉬웠다.

하나하나 확인해서 열린 곳은 모두 들어가서 시음을 했다.

가게 마다 추천하는 와인이 다르고 맛도 모두 달라 신기했다.

나를 포함한 와인 초보 둘은 달달한 와인을, 와인을 좀 즐길 줄 아는 둘은 드라이한 와인을 선호했다.


조지아에서는 매일 와인을 마셨다.

저녁에만 먹은 건 아니고 점심 식사에도 곁들이고, 와이너리가 보이면 다 들어가서 시음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숙취가 없었다.

와인이 좋아서 그런 가 보다 짐작해 본다.




P20190109_224645537_35152476-6E5A-495B-B3F5-B904B581C70D.JPG 와인 양조, 숙성, 저장에 사용되는 와인을 담는 전통 항아리, 크베브리
20190109_170808.jpg
20190109_172051.jpg 시그나기 와이가게 도장깨기, 시음은 기본이다.
P20190110_001325456_66E67E4C-57B9-4919-B36B-B6A7BEFBE27E (1).JPG 시그나기에서 트빌리시로 돌아오는 길에 들린 와인 가게. 막상 시그나기를 벗어나 이곳에서 대량 구매를 했다.





시그나기는 트빌리시에서 멀리 않아서 하루 시간 나서 다녀오기를 추천한다.

그곳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전재산을 털어 백만송이 장미를 선물한 화가가 있고, 조지아 인들이 수천 년을 이어온 와인이 있다.

그리고 사랑의 도시 답게 24시간 내내 혼인 신고가 가능한 결혼 등록소가 있으니 급하면 이용해보시길 바란다. '◡'



* 여행기가 끝이 보입니다.

조지아 여행을 글로 옮기는 일이 여행만큼이나 행복합니다.

마지막 이야기까지 토요일에 글을 발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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