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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Feb 21. 2023

집공부할 때 부모가 교사인 것은 득일까 실일까?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하던 해부터 집공부를 했다.

집공부라 함은 사교육을 줄이고 엄마와 아이가 집에서 대부분을 학습을 하는 것을 말한다.

둘이 팀이 돼서 공부할 교재와 양을 정하고 실천하게 된다.

다만, 외부의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아이와 엄마의 줄다리가 이어진다.


이 과정에 엄마가 교사인 것은 득(得)일까 실(失)일까?


따져보자.


<참고사항>

엄마 (2005년부터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에만 근무한 교사)
주요 과목에서 벗어난 지리과 교사.
책 좋아함.
수업 중 학생들과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실천하며 이를 서평으로 작성하는 수업을 꾸준히 실천함.
고등학교 근무 경력으로 대입 정보에 민감함.

아들 (2012년 태생 용띠)
초등 입학부터 엄마와 공부하기 시작했음.
연필잡고 글쓰기에 알러지 있음.  
매일 게임하기 위해 억지로 공부하는 현실 초딩.
사교육 경력 : 초4부터 지금까지 영어문법과외 중. 피아노 2년, 태권도 5년.







득(得)



초중고 교육과정 및 대입정보를 꾀고 있다.


이 부분은 근무하는 조건에 따라 차이가 많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고등학교 이외 초등과 중학교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들을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아이의 초등 입학 이후 초등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고 중학교는 미리 알아두자 싶어 공부를 해서 터득 중이다. 다만 하던 맥락으로 상황 파악이 쉽다. 이제는 초중고가 이어지는 연결된 로드맵이 가닥이 잡혀가는 중이다. 덕분에 아이들이 성장하며 겪을 초중고 학교 생활에 대해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대입의 경우 괜히 사람 주눅 들게 용어가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제도는 왜케 바뀌는지 고등학교에 근무를 한다고 해도 관심이 없으면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 꾸준히 관심을 갖고 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고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미리미리 고민할 수 있다.



전교과 전문가가 항시 상담이 가능하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체육, 정보, 상담, 중국어, 일본어, 한문 까지 모든 분야 교사가 함께 근무한다. 모두 자기 전공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분들이니 각 과목별 궁금증을 언제든 해소할 수 있다. 

아이와 집공부를 하면서 가장 많이 질문한 것이 영어 선생님이었다. 이것도 기왕이면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똑같은 질문을 여러 분께 드린다. 공통된 대답을 추리고 그중 내 아이에게 맞겠는 걸 적용하면 된다.


실제로 가장 유용했던 질문이 '언제 영문법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것이었다. 공통적으로 추천받은 시기는 초등 4-5학년이었다. 물론 아이의 영어노출시기와 집공부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었다. 또한 초등과 달리 중학교에서는 본문 해석 위주의 수업으로 방식이 바뀌게 되니 그전에 미리 문법을 공부하고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씀도 들었다. 덕분에 고민 없이 초등 4학년부터 영어 문법 공부(아이 특성을 고려해 1대1 수업을 받음)를 시작했고 적절한 타이밍이었다고 판단된다.



한 해 백여 건의 아이들을 접한다.


담임반으로만 좁혀도 한해 20-30명 정도의 아이들을 관찰한다. 물론 교사로서 진로 상담 및 생활지도를 위한 관찰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 데이터가 된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 정보는 물론 사춘기 아이들의 특징에 대해서는 대처 능력이 생긴다. (문제는 이 경험치가 내 자식의 사춘기에 적용가능한지는 알 수 없다. 대체로  내 자식의 사춘기는 효능이 전혀 없다는 것이 선배교사들의 증언이 있긴 하다.)



제대로 된 공부방법과 방향을 알고 있다.


5지 선다형 문제에서 답을 골라내는 공부는 필요 없다. 검색만 하는 나오는 지식을 단기간에 얼마나 많이 암기하느냐를 평가하는 시대는 끝났다. 물론 5지선다형 수능 시험이 버젓이 존재하지만 절대 수능 점수는 단순 스킬과 암기로 해결할 수 없다. 자기주도학습 및 완전학습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다가 대학 문턱만 넘으면 이후 삶이 어느 정도 보장되던 부모 세대와 우리 아이들은 다르다. 100세 시대 평생 교육을 해야 하는 아이들은 시대 변화에 빠르게 변신할 수 있는 치트키를 장착해야 한다.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겨우 뒤따라가며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이 되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  

 





 

실(失)



눈만 높아진다. 


어느 학교에나 엄친아들이 있다. 이 아이들의 실물을 접하고 함께 지내다 보면 눈이 높아진다.


앞서 근무하던 학교에서 도전! 골든벨 을 울린 학생이 이었다.

IQ가 150이라던 아이는 성적도 높은데 친화력마저 좋아서 늘 주변에 친구들이 많았다. 예의도 바라서 교무실에 들어올 때 문을 열고 한발 들어와서는 두 손을 모와 인사를 꾸벅하고 나서야 다음 걸음을 뗐다. 음악에도 소질이 있어서 동아리 대표로서 신입생에게 동아리 홍보를  할 때 기타를 둘러메고 1학년 교실을 찾아 연주를 하는 통에 그해 신입생 지원자가 예상보다 4배 넘게 왔었다. 덕분에 서류 심사 및 2차 면접까지 보느라 힘이 들었다. (당시 그 동아리 담당교사였다) 책임감과 실천력까지 겸비해서 동아리장을 맡아 동아리 1년 활동계획을 직접 작성해 왔었다. 첫 OT 시간에 카드를 잔뜩 준비해 와서는 간단한 심리 실험 진행을 시작으로 매번 동아리 활동이 있기 2주 전쯤 활동 계획을 의논하고 준비하는 성실함을 보였다. 확실히 난 놈이었다.


또 한 번은 성실의 끝판왕을 만난 적이 있다.

이 아이 수학 문제 3000제 교재를 일주일에 하나씩 풀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학원을 다니지 못했는데 아침부터 밤 10시 야간자율학습까지 그저 묵묵히 자기 공부를 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남아있는 모든 교사들을 적극 활용하며 공부했다. 그러다 이 아이가 잠시 집에 가는 시간이 있으니 오후 5시 무렵이다. 아직 저녁 시간 전인데 집에 가는 이유는 혼자 있는 동생 저녁 식사를 챙겨주기 위해서였다. 엄마 혼자서 형제를 키우셨는데 귀가 시간이 8시쯤으로 늦으셨다. 그러니 그동안 배고픈 동생의 끼니를 챙겨주고 오는 것이다. 힘들 법도 한데 내색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당당하게 자기 상황을 오픈하고 안 쓰는 문제집 있으면 챙겨달라고 말하는 멋진 아이였다. 결국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4년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이렇게 자꾸 남의 집 아들들을 보며 기준이 높아진다.



이론과 실제를 겸했으니 부모 의견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아이를 잡는다.


십수 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내 아이에게 적용하면 대단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기대한다. 방법에 대해 확신하며 아이에게 적용해 보지만 아이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 제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 같은데 아이가 요령피고 게임할 생각만 하고 있으니 엄마는 애가 탄다. 지금 이걸 해야 하고, 지금 이 정도는 해야 하는데(어쩌면 이 또한 착각일 테지만) 아이가 미적거리니 답답하다. 이 초초함이 결국 아이를 잡게 된다. (숱하게 잡았다. 미안하다 아들아 •︠ˍ•︡  )



가장 큰 문제는 교사가 아닌 부모라는 사실이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라는 장소가 주는 의미와 교사라는 직업의 권위 덕분에 아이들을 쉽게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집공부는 내 아이와 편한 집에서 엄마와 하는 공부다. 아이는 집이니 널브러지고 싶고 엄마와는 놀고 싶은데 자꾸 공부하라고 하니 순순히 따라 올리 없다. 서로 반대로만 움직이니 싸움이 반복돼서 아이와의 관계를 망칠 수 있다.


 





지금까지 4년을 넘게 집공부는 득 보다 실이 많았다.

인정한다.

가장 큰 잘못은 퇴근하고 돌아와서 부모 역할을 미루고 다시 선생짓을 했다는 점이다.

충분히 엄마여야 했는데 공부만 시켜대니 아이는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거부는 학습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선생 아닌 엄마의 모습을 바라는 떼였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랜 시간 아이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낭비한 시간이 무척 길었다.

그러니 아이와 많이 싸우고 많이 울렸다.

일찍이 맹자께서 괜한 말씀을 하신 게 아니다.  





그럼에도 한다.

이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내고 조금씩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서고 있다.

아주 조금씩 엄마의 윽박과 협박 없이 스스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작고 소중한 자기주도새싹♣이 자라는 중이다)

시간의 누적으로 루틴이 되서 일정 부분 학습은 아주 수월하게 처리한다.   

스스로 학습 계획과 양을 조절하면서 점차 아이주도학습으로 이행 중이다.


물론 아직도 엄마의 잔소리 병행을 필수다.

그래도 옮은 방향을 알기에, 꾸준함의 힘을 믿으며 집공부를 한다.

우당탕탕 거리면서.


지금까지는 득 보다 실이 많았지만 이젠 득이 가득한 집공부가 되길 기대한다.  '◡'







*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시시콜콜한 집공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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