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지도 않고 기간제 일까 봐 심란하다는 불신의 근거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임용고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실력에 대한 불신인가?
짧은 기간을 머물게 되니 대충 할 거라는 걱정인가?
아님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저 기간제라는 타이틀이 맘에 안 드는 것인가?
20년 가까운 기간을 정교사 근무했다.
수많은 동교 교사들을 겪으면서 교사답지 못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기간제 교사가 아닌 정교사였다.
난감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무책임하게 병가를 내고 학교에 안 나오는 정교사를 대신해 그 자리를 맡아주는 것도 기간제 교사다.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는 약자이다 보니 기피하는 업무를 맡아 고생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정교사는 철밥통이지만 기간제 교사는 근무 태도와 평판에 따라 다음 기간 연장이 결정되기 때문에 더 긴장하고 노력하며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턱대고 기간제 교사라 심란하다는 평가가 억울했다.
남편은 15년 차 기간제 교사다.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 아이들을 대하는 참 교사이며 본인 수업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노력하는 교사라 자부한다.
얼마전 2022 학년도에 담임했던 반 학생들이 종업식에 만들어 왔다며 자랑스럽게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 속 아이들은 자신들의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이 되어주어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고, 선생님의 수업은 정말 최고였다고 엄지척을 해주었다.
남편은 고마워서 눈물을 글썽였고 난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울컥했다.
남편은 총 세 번 임용고사에 응시했다.
대학 졸업하면서 연이어 두 번 응시했지만 안 됐고 이후 쭉 기간제 교사로 일했다.
몇 해 전 정기적인 월급도 포기하고 도전했으나 2차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중등 임용고사는 보통 경쟁률이 수십대 1이다.
지역별.과목별 차이가 있지만 한해, 한자리 수 또는 십 수명 정도를 뽑는다.
바늘 구멍보다 작은 그 문을 통과해야 정교사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그 해 난 시험 결과보다 남편의 좌절이 깊을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회복이 빨랐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우울해 할 여유도 없이 앞서 근무하던 학교에서 남편을 찾는 전화가 여러 건 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단순히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되서 기뻐한 게 아니었다.
지원을 한 것도 아닌데 앞서 근무한 태도와 실력을 믿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는 것에 감사해했다.
나또한 그의 교사생활이 인정받고 있음에 기뻤다.
그렇게 다시 기간제 교사로 일해왔다.
기간제 교사는
맡은 바 기간만큼은 성실하게 수업하고 진심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사람이다.
정교사와 달리 고용불안에 시달리지만 그들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라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맘카페에 심란함을 호소하셨던 분의 자녀도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