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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Aug 19. 2024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어



평소 카톡보기를 돌같이 하는 딸. 

그녀의 스마트폰을 수신은 없고 오직 본인이 필요할 때만 발신하는 아이다. 

가끔은 톡으로 간단히 대화하면 편한데 도통 보지를 않으니 종종 답답하기도 하다.

그런 아이에게 온 카톡이라니. 


엄마 나 태권도장에서 높이뛰기했는데 맨 결승전까지 가서 공동 2등 했어!! 두둥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키가 작아서 늘 2-3살은 손해 보는 아이다. 

태권도는 올해 3월부터 돌봄 교실에 가지 못해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터라 배움도 짧았다. 

같은 시간대에 있는 언니 오빠들과 섞여서 진행한 높이뛰기였고 처음으로 해보는 몸 쓰기라 겁이 났더란다. 

그런데 공동 2등을 해서 아이는 종일 흥분상태였다. 


"엄마 기적이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어. "

"왜,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


"당연히 안될 거라고 생각했거든. 다 언니 오빠들이었고 다들 키가 크니깐. 난 작잖아. 그리고 높이뛰기는 정말 처음이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근데 내가 공동 2등이라니. "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어떻게 2등을 하게 된 거야? " 

"안 해보고 포기하기는 싫었어. 그래서 먼저 하는 언니들을 봤지. 그래고 한번 해보니깐 생각하는 것보다는 괜찮았어. 괜히 겁먹고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지 모야. 그래서 두 번째 부터는 열심히 했어. 그렇게 했더니 내가 공동 2등이 된 거야. 진짜 기분이 좋아. 완전 최고의 날이야. " 


뭐든 처음은 어렵다. 

해본 적이 없으니 겁도 나고, 방법을 몰라 당황스럽다. 

어떤 일이든 처음이란 필연적이다. 

그 짜릿한 경험을 피해 갈지, 부딪혀 해낼지, 또는 해보고 실패할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피해 가면 그 순간을 넘어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해봤지만 실패했다면 다음번에는 한번 시도해 봤던 경험으로 수월해질 테다. 

두려움을 누르고 부딪혀 해냈다면 누구보다 짜릿한 성취감이 기다릴 것이다. 

딸아이처럼. 

아이가 그토록 기뻤던 건 두려움을 누르고 시도한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었을 것이다. 

결국 마음이 한다. 



다시 일상의 아이는 카톡을 자기 원할 때만 찾는다. 

"엄마 나 유튜브 봐도 돼? " 

필살기 하트도 잊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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