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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미숙 Jan 21. 2022

직장 내 괴롭힘,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콜센터 10년 차가 하고 싶은 말

'직장 내 괴롭힘,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회사 출근할 때, 근무 중 화장실을 다녀올 때 항상 보는 문장이다. 사무실 문 앞에 붙어있는 포스터에 적혀있다.
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눈이 가는 문장이다.








나는 이 문장이 불편하다.


내 잘못이 아니어도 내 잘못으로 몰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했던 나 자신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내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주변에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혹시라도 나한테 불이익이 올까 봐 말도 못 한다.

나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어느 조직에나 다 있을법한 고충이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부서를 이동할 때마다 겪었는데 그래도 나와 마음 맞는 사람들이 주변에 더 많아서 지금까지 잘 버텼다.







처음에는 왜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할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혼자 고민했다. 그 사람이 나를 괴롭힐수록 나는 더 열심히 잘 보이려고 노력했었다.
내 자존감은 계속 낮아질수록 그 사람과의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그 사람과 마주치는 게 불편하고 심지어 출근하기도 싫어졌다.







내가 근무했던 첫 회사에서는 내 직속 상사가 나를 괴롭혔다.
물론 업무에 집중을 못 한 내 잘못이기도 하지만 다른 직원들에게 내 욕을 하면서 집단 따돌림을 했던 그 사람의 행동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면접을 볼 땐 무역 업무를 보는 줄 알았는데 막상 입사해 보니 하루 종일 창고에서 커다란 원단들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생소한 업무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고 그 사람은 업무 지식을 알려주기보다는 화를 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학교에서 줄곧 칭찬만 받던 모범생인 나는 너무 당황했다. 물론 회사와 학교는 다르지만 추운 겨울 눈 주변이 터서 피가 날 정도로 울었다.






나는 도망치듯이 회사를 나왔다. 요즘 MZ 세대는 툭하면 퇴사한다고 하는데 내가 바로 그 세대이다. 그래도 지금 이직한 회사에서 10년째 다니고 있다는 사실로 나를 위로한다.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은 이유 없이 나를 싫어했다. 정말 이유가 없었다. 물어봐도 대답을 피할 뿐 알 수 없었다. 혹시 내가 잘못했나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그 사람이 왜 나를 피하는지 모르겠다는 답변만 받았다.







회사 업무와 사람 관계에 지쳐 결국 병을 얻었다. 20대에 자궁경부 암이었다.
병원에서는 제발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사정할 정도로 나는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나 자신을 지키기 시작했다.
잘해줘도 욕먹고 못해줘도 욕먹는데 차라리 자가 낫지 않은가.








사람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듯이 사람을 싫어하는데도 이유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 들었다.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 시간이 아까웠다. 내 감정 소모도 아까웠다.
행복하게 살기에도 바쁜 세상인데 나 싫다는 사람에게 노력하고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


매일 내가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하는 생각만 했다.
이렇게 글을 쓰며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았다.
나 좋다고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내가 너무 안타깝다. 주저앉아 있는 나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다.
과거의 나에게 너무 애쓰지 말라고 너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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