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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미숙 Apr 12. 2022

직장동료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콜센터 10년 차가 하고 싶은 말

조금 지난 일이다. 이전 경기도 센터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하는데 그녀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정확한 사유는 모른다.
차마 그 소식을 알려준 사람한테 묻지 못했다. 이유를 알아봤자 그녀는 이미 만날 수 없고 그녀의 마음을 신경 써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몇 년 전 회사 출근할 때 쓰러진 적이 있었다. 위경련이 받는 일이 나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퇴사를 마음먹고 있을 때 서울 센터에서 경기도 센터로 발령 났다.
집에서 출퇴근 왕복 4시간이었지만 콜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에 또 퇴사를 못 했다.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예뻐 보이는지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겨우 일어나서 대충 옷을 입고 로션 바르고 출근하는 것도 기적인데 그녀는 항상 일찍 일어나 예쁜 옷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출근했다.








그녀의 표정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녀는 항상 웃고 있었다. 진상 고객과 통화할 때도 속상해하지 않고 웃어넘길 정도로 밝은 성격이었다.
심지어 진상 고객과 상급자 통화를 마치고 펑펑 울던 나를 언니처럼 위로해 주던 그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경기도 센터에서 맡았던 관리자 업무는 도무지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때 나는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낭떠러지 위에서 온 힘을 다해 버티는 중이었다. 다리에 힘이 점점 빠져나갈 무렵 나는 또 이전에 근무했던 서울 센터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번엔 암이었다.
또 퇴사를 생각했지만 면담과 동시에 또 홀린 듯이 돌아왔다. 항상 그렇듯 갑작스러운 발령이었다. 경기도 센터 사람들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한 채 도망치듯 돌아왔다. 이번엔 정말로 콜도 안 받고 진상 고객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부서다.






그녀가 막연하게 잘 살고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새로 옮긴 부서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몇 년이 흘렀지만 연락할 생각을 못 했다.
나보다 더 긍정적이고 항상 밝은 그녀였으니 어떤 일을 하든 웃으며 잘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들려온 소식은 나를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었다.







그 소식을 들은 뒤 내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너무 빨리 달리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내 생각만 하며 앞만 보고 가다가 내 주변 사람들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을 쓸 수 있는 건 일단 내가 안정적이어야 가능한 일이다. 내 마음이 편하고 웃을 수 있어야 내 옆에 사람 하고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조금 더 완벽하게 하려는 욕심을 버렸다.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에게 웃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도 웃으며 그들을 마주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녀가 이제 편히 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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