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나도 엄마 사랑받고 싶어 (13)
13화 - 난 괜찮아
마음 같아선 할머니의 발가락을 깨물고 싶었지만 일단 바짓가랑이부터 물고 늘어졌다.
나까지 할머니의 심기를 건드리면 모든 화살이 엄마에게 쏟아질 것 같았다.
엄마가 한 대라도 덜 맞게 할머니의 걸음을 막고 싶었다.
바르작거리던 엄마가 드디어 할머니 손에서 벗어났다.
엄마는 잽싸게 창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뭘 잘했다고 도망가. 이리 안 와!"
엄마는 창고 안에 숨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에잇."
할머니도 지쳤는지 마당에 빗자루를 팽개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칠게 닫히는 현관문에는 할머니의 짜증이 담겨 있었다.
또 울고 있겠지.
엄마가 걱정되어 창고 앞을 서성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가 마당으로 나왔다.
손에는 찌그러진 스테인리스 그릇이 들려있었다.
"이 가시나야! 제 그만 나와라. 쫓겨나기 전에."
쨍그랑.
할머니가 바닥에 내려놓은 그릇이 돌에 부딪히면서 맑은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의 슬리퍼 끄는 소리와 또다시 닫힌 현관문 소리가 마당을 울렸다.
창고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얼룩덜룩한 얼굴을 한 엄마가 나왔다.
얼굴에 묻은 니코틴이 엄마의 눈물을 만나 까맣게 번져나갔다.
엄마의 시선이 바닥에 있는 그릇으로 향했다.
"흑흑."
멈춘 것 같았던 엄마의 울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엄마는 옷소매를, 눈물을 훔치고 마당에 쭈그리고 앉았다.
엄마는 그릇에 담겨 있던 주먹밥을 입안 가득 밀어 넣었다.
작은 볼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캑."
엄마는 갑자기 들어온 음식물에 놀란 가슴을 퍽퍽 쳤다.
주먹밥을 챙겨 준 할머니의 행동 덕분에 엄마의 마음은 스르르 녹은 것 같았다.
입을 열심히 움직이며 웃는 엄마의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
엄마 주먹만 하던 주먹밥은 금방 사라졌다.
꼬르륵.
내 뱃속에서 나는 소리가 엄마한테 들릴까 봐 마당 저편으로 뛰어갔다.
엄마 기분이 풀려서 다행이야.
난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