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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미숙 Oct 23. 2024

[창작소설] 나도 엄마 사랑받고 싶어 (12)

12화 - 서러워

풀벌레들도 잠든 고요한 시간.
터벅터벅 지친 몸을 끌고 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조용히 따라갔다.

끼익.
매일 듣는 녹슨 대문 열리는 소리가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너 지금 몇 신데 이제 집에 기어들어 와!"

세숫대야가 방금 들어온 대문 밖으로 날아갔다.

엄마의 어깨가 또 움츠러들었다.
하루 종일 상처받은 엄마가 점점 작아지다 사라질 것 같았다.

"현우 오빠네서 담뱃잎 끼고 왔는데..."

엄마의 목소리는 개미 목소리만큼 작았다.

"그러니까. 그까짓 거 후딱 하고 오면 되지. 오밤중까지 할 일이냐고."

점점 작아지는 엄마와는 반대로 할머니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빨리빨리 와서 밥을 해야 할 거 아니야. 네 아빠랑 오빠 굶기려고 작정했어?"

뭐가 억울한지 할머니는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엄마가 놀다 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화낼 일인가.
아니, 놀다 왔다고 해도 일부러 할아버지랑 삼촌을 굶기려고 했을까 봐.
정말 너무하다. 너무해.

"흐으윽."

엄마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울음이 터져 나왔다.
덩달아 나도 눈물 날 만큼 엄마의 울음소리는 서러웠다.

"이것이 뭘 잘했다고 울어!"

할머니가 마당에 굴러다니는 빗자루를 집어 들더니 엄마에게 휘둘렀다.
엄마는 피할 기운도 없는지 할머니에게 한쪽 팔을 붙잡혔다.

퍽퍽.
무지막지하게 날아드는 빗자루는 작은 엄마의 등을 무너뜨렸다.

"으르릉. 왈왈!"

나는 망설임 없이 할머니한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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