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나도 엄마 사랑받고 싶어 (11)
11화 - 꼬르륵
"쟤는 누구야?"
눈썹을 휘날리며 뛰어온 현우 오빠네 집 앞에는 또 다른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 수정아."
방금까지만 해도 찬 바람 쌩쌩 불던 현우 오빠의 태도가 누그러졌다.
파란 대문 앞에는 팔짱을 낀 채 뱀눈을 한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눈빛으로 욕한다는 말이 저 아이의 눈을 보고 하는 말 같았다.
"지금 저 애 태우고 오느라고 나랑 한 약속 잊은 거야?"
"그게 아니라 엄마 심부름 다녀온 거야."
"야. 박현우. 거짓말하지 마."
"진짜야. 담뱃잎 엮을 게 많다고 엄마가 일할 사람 데려오라 그랬어."
현우 오빠는 바람피우다 여자 친구한테 딱 걸린 남자 같았다.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가야지, 가야지."
현우 오빠는 엉덩이에 불이 붙은 것처럼 방정맞았다.
"얘, 너 언제까지 타고 있을 거니?"
자전거 타는 게 익숙하지 않은 엄마가 어기적거리며 자전거에서 내렸다.
수정이는 티 나게 엄마를 밀치며 현우 오빠 등에 매달렸다.
"애들 다 모여 있겠다."
"미안, 미안. 빨리 달릴게."
불퉁한 수정이를 달래며 현우 오빠는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엄마는 흙먼지 일으키며 사라지는 두 남녀의 뒷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덜컹.
얼마 지나지 않아 대문이 열리며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옥정아 왔으면 들어와야지. 대문 앞에서 뭐 하는 거야!"
거대한 호통 소리에 엄마의 어깨가 작아졌다.
"네. 지금 들어갈게요."
현우 엄마가 우악스럽게 엄마의 등을 밀었다.
엄마는 충격이 큰지 종이 인형처럼 휘청거렸다.
짝사랑이 산산조각 난 엄마의 뒷모습이 안타까웠다.
끼이익.
나는 정신을 차리고 대문이 닫히기 전에 마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저 개새끼는 또 왜 따라왔어."
거친 말과 함께 현우 엄마의 발이 날아왔다.
매일 발길질 하는 할머니에게 단련되어 나는 잽싸게 피할 수 있었다.
"다롱이는 착해요."
엄마가 양팔을 벌려 현우 엄마와 나를 갈라놓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열두 살 엄마의 몸이 거대해 보였다.
든든했다.
현실의 엄마 모습과 겹쳐 보였다.
고개를 한껏 들어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말썽부리지 마!"
현우 엄마는 쿵쿵 발을 굴리며 창고로 들어갔다.
"다롱아. 마당에서 얌전하게 놀고 있어. 언니 금방 다녀올게."
엄마는 불호령이 떨어질까 두려워 급하게 말을 내뱉고 현우 엄마 뒤를 따랐다.
꼬르륵.
이 와중에 눈치 없는 배에서는 밥 달라고 난리다.
엄마는 배 안 고픈가.
아까 새참 먹고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엄마 모습이 잘 보이는 창고 입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엄마가 부를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