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나도 엄마 사랑받고 싶어 (9)
9화 - 엄마의 미소
오전에 있었던 일로 엄마의 기분이 상했을까 봐 걱정되었다.
나는 얌전히 엄마 곁에 머물러 있었다.
다행히 엄마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콧노래를 부르며 담뱃잎을 따는 모습이 평소와는 달랐다.
괜한 걱정이었다.
나는 엄마의 콧노래에 맞춰 꼬리를 흔들었다.
엄마가 기분 좋으면 나도 좋아.
"다롱아. 며칠만 더 일하면 밥솥 살 수 있으니까 읍내 가서 네 목줄도 같이 사다 줄게."
엄마는 작업 장갑을 벗어놓고 나를 끌어안았다.
햇볕은 뜨거웠지만 엄마 품은 따뜻했다.
***
따르릉따르릉.
"혹시 오늘 남아서 일 더 해주실 수 있는 분 계시는가요?"
현우 오빠가 흙먼지를 날리며 자전거를 멈춰 세웠다.
아줌마들이 하나둘 허리를 펴며 현우 오빠를 바라보았다.
"아이고, 허리 아퍼."
"날씨는 왜 이렇게 더워."
"우리는 일 더 못 해."
유난히 더운 날씨에 몸이 잘 익은 담뱃잎처럼 축축 늘어졌다.
말할 기운도 없어 대화도 안 하고 작업하던 아줌마들의 입이 터졌다.
"창고 안에서 담뱃잎 엮는 일이라 지금처럼 안 더운데."
현우 오빠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우리는 살림도 하는 사람들인데 저녁에 가서 밥해야지."
영숙 엄마가 투덜거리자 다른 아줌마들도 동의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고개를 숙이고 손만 꼼지락거렸다.
남아서 일하고 싶지만, 할머니가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이는 것 같았다.
"엄마가 꼭 데리고 오라고 했는데."
현우 오빠의 동그란 두 눈은 당황해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엄마는 여전히 고민되는지 몸을 움찔거렸다.
당장이라도 손을 번쩍 들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럼 옥정이가 해."
갑자기 이름이 호명되자 엄마의 어깨가 움찔했다.
"옥정이 품삯 모아서 밥솥 산다며."
영숙 엄마가 단호하게 말하고 다시 제 할 일을 했다.
"그래. 아줌마가 너희 엄마한테 잘 말해놓을게."
이때다 싶어 철수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어지간히 남아서 하기 싫은 눈치였다.
"옥정아 이따 시간 맞춰 데리러 올게."
현우 오빠는 달콤한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엄마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나는 습관적으로 엄마 옆으로 가 표정을 살폈다.
엄마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