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음미숙 Oct 07. 2024

[창작소설] 나도 엄마 사랑받고 싶어 (7)

7화 - 엄마가 좋으면 나도 좋아

"왜 또 불똥이 거기로 튀어?"

영숙 엄마는 막말하는 현우 엄마의 행동이 당황스러웠다.

"지금 영숙 엄마 말이 그 말 아녀?"

현우 엄마는 허리에 손을 얹고 배를 내밀었다.
본격적으로 해보겠다는 자세다.

"아이고, 이러다 싸움 나겠어."

"현우 엄마 우리가 잘할게. 좀 참어."

점점 심각한 분위기로 변하자 같이 일하던 아줌마들이 현우 엄마를 달랬다.

"품삯 제대로 받으려면 똑바로들 해."

​잔뜩 화가 난 현우 엄마가​ 쿵쿵거리며 멀어져 갔다.
현우 엄마가 안 보이자 다들 한마디씩 꺼냈다.

"오늘따라 왜 저러는 거야, 진짜. 점점 심보가 고약해지네."

영숙 엄마는 팔과 다리를 탁탁 털며 말했다.

"우리가 이해합시다. 현우 엄마 지금 마음이 안 좋을 거야."

철수 엄마가 작은 목소리로 흘리듯 말했다.

"왜 또 무슨 일 있어?"

아줌마들이 재미난 이야기를 발견했다는 듯이 옹기종기 모였다.
철수 엄마는 고개를 들어 현우 엄마가 멀어졌는지 한 번 더 확인했다.

"그게 말이지."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어젯밤, 현우 아빠가 집에 안 들어왔데."

"세상에.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 그러는겨?"

"이번엔 누구래?"

"지난번 그 여자 아녀?"

"그건 현우 아빠가 들어와 봐야 알겠지."

"남자는 잘생기면 마누라가 속 터진다니까."

"영숙 엄마는 속 터질 일 없겠네."

"우리 남편 못생기지 않았어."

"잘생긴 것도 아니지."

"뭐라는 거야. 이 여편네가."

아줌마들은 한바탕 웃고 각자 자기가 맡은 구역으로 돌아갔다.

현우 오빠의 잘생긴 얼굴은 아빠를 닮은 거였구나.

그런데 엄마는 어디 갔지?

당연히 엄마도 내 옆에서 아줌마들 얘기를 듣고 있는 줄 알았다.
킁킁거리며 엄마의 냄새를 따라갔다.

엄마는 아까 작업하던 곳에서 멀리 가지 않았다.
꼬리를 흔들며 엄마한테 뛰어갔다.

엄마는 지쳤는지 아까와는 다르게 손동작이 느려졌다.
엄마 발밑에 있는 땅이 흠뻑 젖어 있었다.

다시 엄마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이번엔 땀이 아니라 눈물이었다.




***



"다롱아, 언니 돈 많이 벌었다."

오랜만에 품앗이하러 가는 엄마의 발걸음이 가볍다.

엄마는 한 달째 현우 오빠의 담배밭으로 품앗이하러 다녔다.
그동안 매일 받은 품삯이 제법 쌓여 엄마의 기분이 좋았다.

"다롱아, 언니가 예쁜 목줄 사줄까? 분홍색으로."

엄마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킥킥 웃었다.

"왈왈."

엄마가 좋으면 나도 좋아.

엄마는 길가에 자란 강아지풀을 뜯고 나는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걸어갔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금방 담배밭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옥정이 왔니?"

"시원하게 이것 좀 먹어 봐."

함께 일하는 아줌마들이 나무 그늘에 모여 수박을 먹고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엄마는 수박을 크게 한입 베어 물고 작은 조각을 손에 뱉었다.
먹기 좋게 잘린 수박을 내 입에 쏙 넣어주었다.

아이참. 더운데 엄마나 많이 먹지.
나까지 챙겨주고.

나는 거절하지 않고 아삭아삭 맛있게 먹었다.

엄마는 아줌마들의 수다를 들으며 몇 번이고 나에게 수박을 잘라주었다.

"아이고, 개새끼한테 수박 그만 줘. 설사한다."

"영숙 엄마는 개새끼가 뭐래. 쟤는 다롱이야."

"개새끼든 다롱이든 그만 먹어."

순간 턱이 땅에 닿고 머리가 띵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