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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미숙 Oct 24. 2024

[창작소설] 나도 엄마 사랑받고 싶어 (14)

14화 - 운수 좋은 날

"옥정이 무슨 기분 좋은 일 있어?"

그늘 한 점 없는 담배밭에서 엄마는 연신 웃으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기운에 주변 아줌마들이 궁금해했다.

"오늘 일 끝나고 밥솥 사러 가요."

"벌써 돈 다 모은 거야? 대단하네."

아줌마들의 칭찬에 엄마의 손은 경쾌하게 움직였다.

"일찍 마무리하고 이따 오후 5시 차 타고 갔다 와."

어느새 작업하는 옥정이 뒤로 다가온 현우 엄마가 불퉁한 목소리를 내뱉고 갔다. 말은 그래도 그녀의 다정함을 느낄 수 있었다.

햇살은 맑고 같이 일하는 아줌마들도 좋고 밥솥도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엄마는 밭일이 힘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이 오래가면 좋겠다.



***



"옥정이 멍멍이랑 어디 가니?"

생각보다 늦어진 담뱃잎 따는 일에 겨우 읍내로 나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도로가 고르지 않아 연신 엉덩이가 들썩거려도 엄마는 기분이 좋았다.

"읍내 전파사에 밥솥 사러 가요."

"기특하네. 엄마 심부름도 하고."

엄마는 무릎 위에 내 등을 쓰다듬으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더 이상 대화를 하기 싫다는 듯이 차창을 바라보았다.

집안 사정을 모르는 어른들이 엄마가 집안일과 농사일을 도맡아 하는 것을 알면 눈빛이 달라진다. 항상 엄마는 연민의 눈길을 부끄러워했다.

엄마의 기분이 상한 것 같아 고개를 들어봤다.
창밖을 바라보는 엄마의 입가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곧 있으면 만날 밥솥이 기대되는 것 같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흔들리는 꼬리를 멈출 수 없었다.


***


밥솥을 사는 내내 흔들리던 내 꼬리는 금방 시들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한 발 차이로 놓쳐버렸다.

엄마는 밥솥을 끌어안고 열심히 뛰었지만, 집에 가는 버스는 이미 뿌연 연기를 휘날리며 터미널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대합실에 털썩 앉은 엄마의 표정은 심란했다. 나는 얌전히 엄마 발밑에 앉아 있었다. 그 와중에 누가 들고 갈까 엄마는 화장실도 안 가고 밥솥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엄마가 저녁밥 안 했다고 또 화낼 텐데."

어린 엄마의 머릿속에는 저녁밥만 가득하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엄마의 신발 위로 턱을 올려놓았다.

대합실 밖으로 붉은 노을이 보였다. 초가을의 해는 생각보다 많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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