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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미숙 Oct 26. 2024

[창작소설] 나도 엄마 사랑받고 싶어 (15)

15화 - 밤하늘

타박 타박 타박.
흙바닥을 울리는 엄마의 발걸음이 다급했다.

달도 별도 뜨지 않은 캄캄한 밤하늘.

사방이 어두워 엄마의 뒷모습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짧은 다리를 더 빨리 놀렸다.

드문드문 세워진 가로등은 깜박이며 조느라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무거운 밥솥을 끌어안고 뒤뚱거리는 엄마가 안쓰러웠다.

간간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드는 차를 피해 잠시 멈춰야 했다.
평소에 잘만 다니던 길인데 오늘따라 걷기 쉽지 않다.

드디어 도착한 집 앞에서 엄마는 크게 숨을 들이며 대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림과 동시에 바가지가 날아왔다.
바가지는 엄마가 안고 있는 밥솥 상자를 때리고 마당을 굴러다녔다.

"이놈의 가시나가 밤늦게까지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야!"

할머니의 온몸은 눈에 보일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평소보다 격한 반응의 할머니가 낯설어 엄마와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뭘 잘했다고 울어! 빨리 안 들어와?"

소리 죽여 서럽게 울고 있는 엄마에게 할머니가 손을 뻗었다.

"으아아앙"

할머니의 손이 닿기도 전에 울음이 터졌다. 엄마는 붙잡을 겨를도 없이 대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소중한 밥솥을 품에 꼭 안은 채.

그리고

끼익. 쾅.

언제나 예고치 못한 사고는 순식간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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