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설 장르는 BL입니다

7. 출판사에 투고해 보자

by 음미숙

나는 거절에 익숙하지 않다. 각자의 사정이 있을 텐데도 상대방의 거절은 꼭 내 존재 자체를 거부당하는 기분이다. 예를 들어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지만, 회사 내부 사정에 따라 뽑지 못할 수도 있는데 거절의 사유를 내 안에서 찾으려고 한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다짐하지만, 막상 거절의 얼굴 앞에서는 마음이 한껏 쪼그라든다.

어릴 때부터 예쁨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커 온 부모님은 나에게도 사랑을 나눠주지 않으셨다. 어릴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부모님은 나를 엄청나게 사랑하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셨다.

부모님에게 받지 못한 애정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으려고 했다. 학교, 회사 사람들에게 미움받기 싫었다. 주변의 눈치를 자주 보고 점점 소심해졌다. 그래서 투고에 더 망설였던 것 같다. 거절의 말을 듣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드디어 첫 번째 웹 소설을 완결까지 끌고 왔다. 그동안 계약하자고 연락하는 출판사는 없었다. 그럼 내가 찾아가야지. 출판사마다 지원 양식을 찾아내, 메일을 발송했다.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 위주로 먼저 발송했다.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면서 협찬받았던 출판사인데 투고 메일을 보내려니 기분이 참 묘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과 다르게 일주일도 안 돼서 쏟아지는 반려 메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지문이 사라지도록 들어갔던 메일함에는 온통 암울한 소식들로 가득했다.

칼같이 답변 오는 메일을 받고 더 이상의 투고는 그만두었다. 보통 BL 관련 출판사는 60곳 정도 되는데 나는 열 군데도 보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 정도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거였다. 아무리 출판 시장이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나는 먼저 나에게서 원인을 찾아보았다.

BL과 로맨스의 출판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두 장르 모두 회차별 연재와 단행본을 출간하지만, 보통 BL은 단행본을 주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회차 연재 같은 경우는 보통 유명한 작가님들께서 하고 계셨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회차 연재 기준으로 글을 썼으니, 단행본으로 편집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단행본 출간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면 내가 편했을 것이다.

다시 소설을 갈아엎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나는 완결에 의미를 두고 바로 다른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훗날 이렇게 내버려둔 첫 번째 웹 소설에 대한 좋은 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아무리 못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무료 연재로 완결까지 썼다면 습작으로 비공개 해두지 말자. 작품 소개에 꼭 메일 주소를 남기고. 출판에 뜻이 있다면 어느 날 갑자기 긍정의 메일이 도착할 수도 있다.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자, 알 수 없는 오기가 생겼다. 지금은 출간 작품 하나 없는 신입 작가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꼭 이름을 알려야지. 믿고 읽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사그라드니 이젠 겸손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한 말을 계속 되뇌었다. 환경을 탓하지 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다고.

그의 말을 가슴속 깊이 새기며 매일 글을 쓰고 꾸준하게 업로드했다. 혼자만의 싸움, 벽보고 글 쓰는 느낌이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며, 남들보다 조금 느릴 뿐이라며 나를 다독이는 데도 힘을 썼다.

과연 나는 웹 소설 작가 데뷔의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