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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종 Oct 20. 2021

작은 실타래





 여름이라는 섬(Leave Me in Summer)



 11. 작은 실타래



 침대에 누워 솜털처럼 부드러운 그녀의 팔을 핥았다.

 “아무 느낌 없어.”

 무던한 표정으로 그녀가 말했다.

 “하지 말까?”

 길게 펼친 팔에 잠시 머리를 기댔다. 근육이 없는 살집의 물렁함이 머리칼 위로 전해왔다. 무심코 바라본 그녀의 겨드랑이에는 한 올의 털도 보이지 않았다.

 “관리하는 거지?”

 “응.”

 그곳을 핥자마자 놀란 그녀가 팔을 오므리는 바람에 내 관자놀이를 그녀의 팔꿈치가 그대로 후려쳐 버렸다.

 “괜찮아?”

 “응…….”

 그녀가 몸을 움츠리자 머리를 기댈 곳이 사라진 나는 침대 아래 떨어진 베개를 다시 집어 올려야 했다. 푹신한 베개에 머리를 누이자 나도 모르게 졸음이 쏟아졌다.

 “잘 거야?”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가 물었다. 이것도 물음을 가장한 명령이리라.

 “잠시 눈꺼풀을 닫아봤어.”

 그녀는 다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마지막에 갈 곳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한 것이기도 했다.

 “어디가 좋아?”

 “오빠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녀는 재미없는 타입이었다. 나는 그녀를 만족시킬 만한 루트를 고민했다. 다리를 마지막에 가야 했나. 뻗은 왼손으로 그녀의 가슴 사이를 문지른다. 오른손이 그녀의 반대편 귀를 어루만진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기에 나는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가늘게 실눈을 뜨자 커튼 사이로 비친 햇살 속 먼지 조각이 보였다. 천천히 허공을 부유하는 먼지 조각은 작은 실타래처럼 혼자 얽히고설켜 있었다.

 저 작은 실타래는 영원히 풀리지 않은 채 허공을 떠돌다 내 폐로 들어올 것이다. 아니면 그녀의 작은 입술 사이로 사라질지도 모르지. 그녀의 혀를 찾았지만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어느새 눈을 뜬 그녀가 입술을 뗐다.

 “원래 키스할 때 눈 떠?”

 “아니.”

 “나도 눈 감는데 가끔은 뜨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

 “나도 감는 타입이야.”

 “방금은 왜 떴어?”

 “그냥.”

 그녀의 허리를 잡아 돌려 뉘었다. 그녀의 머리가 내 오른팔에 기대고 엉덩이는 왼손 위에 놓였다.

 “더 할 거야?”

 그녀가 나지막이 물었다.

 “당연하지.”

 나는 바로 대답했다.








 다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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