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종호텔을 소개합니다.

주의: 코로나19 확진자만 입실할 수 있어요!

by 나비야

온몸이 욱씬욱씬,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스치듯 안녕?'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는 '내가 쫌 늦었지? 그간 나에 대해 들은 정보가 많다면서? 직접 확인해봐!'하며 목의 통증과 함께 몸에 머문다.


두 아이에 따르면 미종호텔은 100성급 호텔로 '미종'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왕의 이름끝에 '~종'이 들어간 것에서 착안했다. 서로 자기 이름으로 호텔이름 짓기를 시도하다가 결론이 나지않자, 엄마인 내 이름의 끝글자 뒤에 '종'을 붙여 '미종'호텔이 되었다. 아이의 놀이에서 종종 등장하던 이 호텔은 올해 3월, 신랑의 코로나 확진과 함께 진짜 룸으로 등장했다. 아빠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놀라움은 아이들에게 잠시 머물렀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프로정신은 오래 머물렀다.

3월, 확진된 신랑이 집에 도착하기 전, 아이들이 꾸민 비지니스 공간
실내 장식과 미술작품
문에 붙여진 웰컴~메시지

신랑은 이 방에서 일주일간 호화로운 룸서비스를 받았다. 철저한 자기격리를 한 신랑과 아이들의 협조 덕분에 다행히 우리가족은 추가감염없이 잘 지나왔다.


그리고 이제 내 차례다.

확진 전, 내 귀로 들어오는 아이 둘의 대화가 진지하다.

쭈야: 엄마, 열 많이 났어?
엄마: 응. 38.5야. 혹시 모르니까 곁에 오지마.
시또: 아파?
쭈야: 어떡하지?
시또: 뭐, 별수없지. 옛날에 아빠가 방에 동물처럼 갇혔잖아? 우리는 유리로 보고, 아빠는 호랑이되고, 엄마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겠지. 우리가 엄마 보고싶을 때는 유리로 보면 되고! 그치?
(당시 신랑은 걱정되어 자신을 보러온 우리에게 자기가 동물원에 동물이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고, 동물원 상상이 마음에 들었던 아이들에게 신랑은 미종호텔 고객인 동시에 동물원 호랑이이자 원숭이이자 아빠가 되었다.)
쭈야: 야~ 그건 안돼지. 그러면 밥은 누가 해줘?아침도 먹고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어야 되는데~~!
시또: 그러면 우리가 요리하자. 과자랑 우유랑 이런 거.
쭈야: (기간이)너무 길어서 안돼. 아마 우리가 갇혀있고 엄마가 거실이랑 부엌을 써야될 것 같지 않아?그래야 밥 먹을 수 있지.

기특하게도 아이들은 자기 몸과 엄마 몸을 구분할 줄 안다. 또, 자기 영양과 건강을 위해 인지하고 의견을 낼 만큼 성장해 있었다. 공간의 단절이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지 않음을 이해할만큼 자랐다. 대화를 들으면서 몸은 아프면서도 대견함에 웃음이 났다.


끄응... 그 후 나는 확진결과를 확인했고, 신랑의 이른 퇴근과 함께 미종호텔에 갇힌 자가 되었다. 방에서 들으니 신랑과 아이들이 자가키트로 검사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두 줄 뜬 사람은 엄마 옆에 가는거야."

잠시 후, 시또가 거실을 달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말한다.

"예~~~ 시또는 한 줄이다. 코로나 안 걸렸다아~~!!"

소리로만 그려보는 이미지는 애니메이션화되어 아이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사랑스럽다.


한편, 두번째 문을 열게된 미종호텔의 예전 직원이었던 나는 책상 배치부터 착착착~! 완벽하다.

그간 미뤄둔 논문 준비까지 해보리라 다짐하니 비지니스 공간이 제법 마음에 든다.

굿나잇 기프트와 룸서비스
유리보호막을 갖춘 만남의 공간과 비지니스 센터

아이들도 한번 해봐서인지 베란다에 이미 의자를 배치해뒀다. 룸서비스 메뉴에 있는 포도는 아이들이 준비한 것이라며 베란다로 와서 자신들의 공헌을 전하고 갔다. 엄마를 위해 아이들이 뭔가를 해냄이 스스로도 기분좋은 일인가 보다. 창문 너머로 바라보니 서로가 애틋하다. 수시로 베란다로 와서 "아유오케이?"하고 가는 신랑도 고맙다. 내일은 또 어떤 특급 서비스가 있을까? 기대하며,

제발 제발 더 이상의 추가 입실은 없기를 바래본다.


추신.

익숙하지 않은 집안일에 금새 적응한 신랑에게 감사와 미안함을... 사랑을 또 고백해본다.(*^^*) 어쩌면 아픈 나보다 더 많이 걱정하고 있을 엄마, 아빠, 아버님께도 사랑하고 감사한 마음을 남긴다. 아프지만, 행복하다.


예기치않게 맞이하는 큰 일은 사람을 철들게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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