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되기를 돌려주려는 노력

심심함이 건네는 힘

by 나비야

여름방학이다. 아이는 매시간이 즐거움과 활기로만 채워질 거라 생각했는지 지루한 표정으로 말한다.

"엄마, 심심해. 이제 뭐하지?"

"방학은 원래 심심한 거야."

방학이 아니면 심심함을 느낄 새 없는 요즘 아이들이라 심심하다는 말이 반갑다. 한편으로 돌밥돌밥의 세계에 빠진 나의 바빠진 하루와 느슨해진 아이의 일과가 대비되며 아이가 느끼는 지루함이 통쾌하기도(?) 하다.


집이 조용하다. 조용하다는 건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다. 다가가니 두 아이는 색모래를 꺼냈다.(ㅠㅠ) 정리 생각에 두려워진 나는 트레이를 꺼내 준다.


아이들은 점토를 색모래에 버물려 보석을 만든다. 그리고 점토 하나를 골라 생명을 불어넣어 가위로 자른다.

"자, 수술할게요. 이제 배를 자를 거예요. 아파도 쫌 참으세요." 하며 섬뜩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색모래를 모아 손가락으로 구멍을 그리다가 갑자기 종이로 눈, 코, 입을 오려온다. 내 핸드폰을 가져가 아주 진지하게 사진을 찍는다.

색다른 표정들이 말을 건네는 듯,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눈, 코, 입은 무너지고...

아이들이 잠든 후, 핸드폰에 가득한 얼굴 흔적이 재미있다. 놀이 속에 있는 변화무쌍함이 아이의 시선으로 사진에 담겼다. 다음 날, 아이에게 지난밤 엄마는 그 사진을 보며 재미있어서 한참을 웃었다고 감상을 말했다.

아이는 자랑스러움을 담아 "혹시나 해서 3장씩 찍어뒀지." 한다.

삭제 위험(?)에 대비한 아이의 철저함에 준비성이 어른못지 않음을 느낀다.


아이에게는 지루하고 심심할 틈이 필요하다.


놀이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고, 운동하지 않고, 아~~~ 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지나며 맞이하는 잔잔한 평화를 경험하고 자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


이번 주, 우영우에 나오는 방구뽕씨의 놀이 철학이 생각난다.


그냥 하늘 보고 있을 때 떠가는 구름만 보고 히죽거려도
그 순간 어린이가 그거 보고 미소 짓고 행복하다면
그게 진짜 놀이예요.


우리집 아이는 물론, 세상의 수많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놀이를 경험하며 행복하게 자라면 좋겠다. 나는 지금의 어른들이 참 치사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린이를 누렸으면서
아이에게는 어린이를 주려하지 않는다.
빨리 어른이기를 요구하며
온갖 것을 다 잘 해내기를 주문한다.


이번 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당긴다는 정부 정책 보도가 있었다. 어린이에게서 더 멀어지는 정책에 답답해진다.


책임 있는 어른의 역할은 시대를 한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어린 시절의 소소한 기억을 만들 시간을 어린이에게 돌려주려 노력하는 것이지 않을까? 엄마-아빠로, 교사로, 가족으로, 한 사회의 성인으로, 이웃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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