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다 되는 부탁의 기술

아이의 처세술 2

by 나비야

아이는 엄마를 부름으로써 사랑을 확인하는 걸까? 한 시간 안에 '엄마~'하는 호출이 몇 번인지 셀 수 없다.


올해 여섯 살인 둘째는 나를 잘 시킨다. 몸이 굼뜬 나는 아이의 부름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이에게 포기는 없다. 이해가는 적절한 대답을 들을 때까지, 또는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엄마'부르기는 무한반복이다.

"엄마, 가위 쫌 찾아줘."

"엄마, 색종이는 어딨더라?"

"엄마, 풀 쫌 갖다 주라~"

"엄마, 이거 쫌 읽어주라."

"엄마, ♤&♧&●■□○°◇※@하고 싶어~~~!!"

어느 날, 아이의 이런 태도에 '도대체 얘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싶어 화가 났다.

그리고 부탁은 공손하게 해야 들어주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라 알려줬다.


다른 날 아침, 짝이 맞는 양말을 찾기 힘들었던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미안한데~~ 양말을 못 찾겠어서 그러는 데에~~ 양말 쫌 찾아주면 안 될까?"

아이의 다정한 부탁에 마음이 살랑거려진 나는 몇 번이고 격려했다.

"시또가 그렇게 말하는데 엄마가 어떻게 부탁을 안 들어줄 수가 있겠어! 당연히 해주지, 다음에도 요렇게 이뿌게 부탁해~♡♡"

아이의 입고리는 실룩실룩, 인정받는 기쁨을 대놓고 드러낸다. 나는 그날 저녁, 퇴근한 신랑에게도 아침에 시또가 예쁜 말로 부탁을 했다고 알렸다. 또다시 아이의 표정이 확~~~ 펴진다.


나는 곧 깨달았다. 내 기분을 좌우한 게 말투뿐만이 아니었음을...

아이는 '엄마, 미안한데~~ 해줄래?(안될까?)'체를 장착하고 수많은 부탁을 하러 왔다.

"엄마, 미안한데 티비 리모컨이 어디 있지?"

"엄마, 시또가 글자를 아직 몰라서 그러는데 요거 쫌 읽어줄래?"

"엄마, 미안한데 이것 쫌 들고 있어 주면 안 될까?"

"엄마, 미안한데 과자 하나만 사 먹을까?"

"엄마, 미안한데 시또 양치 쫌 해줄래?"

"엄마, 미안한데~@♧♤£¿°○■●◇안될까?"

"엄마, 미안한~~~"


"미안할 거면 하지 마~~!!"


포기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 둘째는 새 문장과 특유의 제스쳐를 가미하여을 다시 나를 녹인다.


"딱 한 번만~~ 응? 해주면 안 될까?응?응?~"


^_____________________^;;;

요즘 둘째는 '딱 한 번만'을 시전 중이다.



사람은 뿌린 대로 거둔다더니...

임신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부지런히 뿌려둔 씨앗을 시또를 통해 거두게 될 줄이야..

사실은 나 역시 같은 문장을 쓴다.


나: "여보, 미안한데 물 한잔만 갖다 줄래?"

"여보, 미안한데 저 물건 쫌 옮겨야 될 것 같아."

"여보, 미안한데 건조기에 있는 빨래 쫌 꺼내 주라~."

"여보, 미안한~~~"


신랑: "미안할 거면 하지 마~!"(연이은 부탁에 질린 채로 ㅎㅎㅎ) "시킬 거면 한 번에 시켜!"



지난 기억이 떠오르며 시또를 본다.

'찐으로 내 딸이로구나'^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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