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적 사고 나도 안다.

아는 것만큼 모르는 것도 많아졌다.

by 송주

휴가 때였다.

휴가지 화장실 변기에 휴대폰을 빠뜨렸다.

나란 인간은 참 다양하게 일을 치는 재주가 있다.

용변 본 후가 아니었기에 얼른 맨손을 투척해 건져 냈다. 용변 본 후 였어도 맨손 투척 아니면 답이 없었을 것이다.

케이스를 벗겨내고 타월로 물기를 닦아 냈지만 민감한 요즘 기계는 장하게도 물기가 감지되었다는 메시지를 자꾸 보내왔다.


그때 함께 휴가를 간 지인의 아들이 믿지 못할 말을 던졌다.

"휴대폰 물 빠지는 소리 있잖아요."

오메~ 이 무슨 시공을 초월한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지

휴대폰 물이 빠지는 소리가 있다니...

소리가 물을 빼 준단 말인가?

AI가 소리를 듣고 뭘 해 준다는 이야기는 믿겠는데도 초자연 현상도 아니고 소리가 휴대폰에 들어간 물을 빼준다니 정말 믿기 힘든 말이었다.


일단 밑져야 본전 내 처지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기에 곧장 유튜브로 들어가 그 소리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 영상에서 시키는 대로 휴대폰 볼륨을 최대치로 올리고 영상을 재생했다. 웃고 노느라 20분 정도 시간이 지난 후 휴대폰을 보니 물이 말끔하게 빠지고 더 이상 물기 감지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젊은 애들은 이런 꿀팁을 어찌 아는지 놀랍기만 했다.


https://youtu.be/X6 uyapvnkzw? si=apB0 YtIFTaP3 FCnz



원영적 사고

학생들과 대화 중 원영적 사고가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재차 물었다.

뭐라고 원영? 원형? 원형이 뭔데? 동그라미 모양? 동그라미 모양의 둥글둥글 한 사고방식이야?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에 집요하게 묻자 원영이 아이돌 장원영을 말하는 것이라며 나더러 늙었다고 했다. 너네들은 언제나 어릴 것 같지? !


원영적 사고란
2024년 걸그룹 IVE의 멤버 장원영의 초(超) 긍정적 사고에서 비롯된 인터넷 밈이자 유행어.
단순 긍정적인 사고를 넘어 초월적인 긍정적 사고를 뜻하는 말이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는 확고한 낙관주의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 즉,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결국 나에게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이날 나는 아이들에게 노땅 취급을 받으며 하나를 배웠다.

원영적 사고!

또래 중 이 MZ용어를 아는 사람이 드물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에 나는 꽤나 으쓱했다.

그때는 그랬다.


너네 덕에 노땅 소리는 들었지만 신조어를 알게 돼서 키비키야 ~~

이게 바로 원영적 사고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아윤채' 리브랜딩 스페셜 세미나에서 초청강사의 교육 내용 중 원영적 사고가 등장하였다. (나무위키)

아들이 어느 날

"엄마 우리 반에 분조장이 있는데."라며 말을 꺼냈다.

분조장? 어디 조장인가? 하고 생각하던 차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에 결국 물어보게 되었다.

"분조장이 뭐냐?"

"분노 조절 장애"

이런! 뭣이 이리 어렵노~


모르는 용어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아들들이 엄마 ○○○알아? □□□알아?

다 몰라~~~

주식에 입문할 때 주식 용어를 공부하던 그때처럼 소통을 위해 MZ용어를 공부해야 될 판이다.


세월 나이와 배움을 바탕으로 아는 것이 많아진 반면 모르는 것도 많아지고 있다.

여기저기 설치 된 키오스크에 적응되어 가고 있는 중이지만 또 어떤 새로운 문물이 등장할지 그때도 잘 익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연히 누르는 휴대폰에서 보여지는 신기능에 놀라는 40대가 되었다.

첨단 문명의 발달과 변화하는 소통 메커니즘을 따라가려면 노력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비단 모르는 것은 MZ언어나 새로운 휴대폰 기능 등 뿐만이 아니다.

티비 속 새하얀 피부의 작은 얼굴을 가진 아이돌들 역시 길을 가다 마주친다 해도 모르고 그냥 지나갈 것이다.

나도 한때는 티비 속에 사랑 하는 오빠를 두고 있었다. 그 오빠들도 이제 나이를 먹어 아저씨가 되어 버렸다.


문득 얼마 전 애견 운동장에서의 대화가 떠오른다.

"NCT의 ○○이 어쩌고 저쩌고?"

옆에 있던 새봄 엄마가 물었다.

"NCT가 뭐야 엘시티는 알아도 NCT는 몰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NCT 모르고 그냥 엘시티에 살고 싶을 뿐...



NCT 아니고 LCT





*전 연재가 무거웠기에 이번에는 가볍게 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