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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Dec 18. 2024

참는 게 힘들었던 순간

다급했던 그 날

더러운 이야기니 불편하신 독자님은 패스 해 주세요.



퇴근 후 굴을 참기름에 달달 볶고 미역을 풀어 시원한 국을 끓였다.

국에 말아 김장김치와 함께 게눈 감추듯 먹었다.

허기가 위장을 넘어 뇌로 올라온 듯 정신이 없어질 때쯤 급하게 먹어서 인지 동 후 해동해 요리했던 굴이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곧 배에서 꾸룩꾸룩 요란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거나 생선 중 연어를 먹으면 뒤가 안 좋다. 그 외에 오늘처럼 불특정한 음식에도 장이 유난을 떨 때도 있다.


얼마 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음식은 바로 우동이었다.

컨디션이 조금 안 좋긴 했다. 지인의 아들이 개업한 일식 우동집으로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날씨도 추운데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이면 덮어 놓고 맛있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미역이 잔뜩 들어간 일식 우동은 한 그릇으로 아쉬울 만큼 맛있었다.

여하튼 식사 후 집으로 돌아가려 차에 앉아 시동을 거는 순간 느낌이 싸했다. 배에서 물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꾸르륵...

일단 집까지는 15분 남짓 그 정도야 내 괄약근이 방어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출산 후, 나이 들며

근육들이 느슨해지는 느낌을 받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15분 정도야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주기적으로 장은 꼬이 듯 분출 임박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왔다.


살면서 이런 급박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일이 드물게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마다 고통을 참으면 맞이하는 나름의 쾌감을 느껴왔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나이 탓인가..

못 참겠다.

집까지 못 갈 것 같았다.

젖 먹던 힘을 똥꼬에 쓰며 간신히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 임계치에 다다랐다. 차를 아무 곳에 이중 주차하고 내가 달려간 곳은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였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었는지 말았는지 기억에도 없었다. 일단 냅다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숨을 헐떡이며 화장실 문을 열었다.

밤이라 더없이 고요한 화장실 안에 웬 고등학생 두 명이 한껏 멋을 부리며 화장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대한의 아줌마라도 꽃청춘들이 꽃단장을 하는데 우레와 같은 음향 효과를 낼 수는 없었다.

나는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집까지 어떻게든 가볼 작정을 했다.

하지만 곧 몸을 돌려 화장실 문을 다시 열었다.

발자국 떼는 순간 집까지 갈 수 없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노랗게 상기된 얼굴로 화장실 안 예쁜 그녀들에게 간절히 사정했다. 

"배.. 배가 너무 아파요.. 급.. 해요."


그 둘은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아'라는 짧은 소리를 내었고 곧

화장실에서 반강제 퇴장을 당했다. 

나는 큰 은혜를 입은 듯 그들에게 고마워했고

곧 요란한 소리와 함께 편안함에 이르렀다.


나는 잘 참는 편이다.

안 참으면 이혼이라는 결혼 생활도 참고 버티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어폰을 꽂고 내 차 앞을 유유자적 걸어가는 보행자에게도 웬만해서는 클락션을 누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 알았다.

장 운동이 정상적이지 않는 날은 편안한 곳을 찾기 위해 참으면 안 된다는 것을...

눈에 띄는 화장실로 들어가야 민망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참을 수 없는 순간에 대한 확실한 경험치를 쌓았다.


문제의 굴 국을 버릴지 말지 고민하다

남편은 괞찮았다고 하기에 남편 몫으로 두기로 했다.(남편은 참고로 두 숟갈을 먹었다.)

뒷 일은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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