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화장실은 왜 쫓아오는 거냐?

반려견은 모두 엄마 바라기

by 송주

가끔 크림이는 안쓰럽다.

개의 본능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집안에서도 늘 나를 찾아다니니 크림이가 불안하지 않게 한 번씩 집안에서도 크림이를 부르며 나의 존재를 알리곤 한다.

애견 공원을 가 봐도 이런 광경은 흔히 볼 수 있다.

주인이 화장실에라도 가게 되면

반려견의 모든 행동은 즉각 멈추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주인이 나간 문 안쪽에 앉아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린다.

이런 짠한 광경이 어디 있을까?

문 만 보고 앉아 있는 뒤태들을 보면

한 번씩 접하는 무시무시한 패륜 기사들과 사뭇 다른 모양새다.

엄마 어디가?ㅠㅠ


이런 말을 하면 안 그래도 요상한 개판 세상이라며 혀를 내두르는 어르신들이나 개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게 될 테지만

가끔 개가 사람보다 낫다.


집에서건 밖에서건 주인을 기다리는 게 개들의 본능이든 숙명이든 우리 집 크림이 역시 하루 종일 엄마 찾아 삼만리를 하니 가끔 크림이 때문에 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까지 들 정도이다.


물도 밥도 챙겨줘야 한다. 어떤 개들은 배가 고프면 밥그릇을 치기도 한다는데 크림인 전혀 표현이 없다. 물이 떨어지면 화장실로 들어가 바닥을 핥곤 하는데 모습이 나를 얼마나 미안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수시로 물그릇을 체크하지만 어떤 날은 물그릇에 물을 받아놓고는 식탁 위에 올려놓고 퇴근 후 그 사실을 안 적도 있다.

내가 없는 동안 물도 못 먹었을 크림이를 생각하니 얼마나 미안하던지..

머리도 단정하게 빗질해 줘야 한다. 세수도 양치도 당연히 해줘야 하며 눈곱도 깨끗하게 눈곱 빗으로 쓸어내려 말끔하게 해 줘야 한다.

어떤 땐 사람 보다 더 공을 들이기도 한다.


또한 산책을 할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는 견주의 필수 덕목이다.

산책의 굴레는 반려견을 기르는 견주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니 다리가 멀쩡해야 함은 말해 뭐 하겠나

그러다 내가 아님 누가 이 작고 소중한 반려견을 돌볼 수 있을까 하는 밑도 끝도 없는 불안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크림이의 예상 수명에 내 나이를 대입시켜 계산해 보는 쓰잘데기 없는 짓을 해본다.


'반려견의 가장 큰 단점은 주인보다 먼저 떠나는 것이다.'


빠르게 흐르는 크림이의 시간이 때론 야속하지만

최후의 그날이 오기 전까지 더 많이 사랑해 줘야겠다 다짐한다.


오늘도 화장실 앞에서 크림이는 한결같은 자세로 자리를 잡았다.

내가 변기에라도 빠질까 봐 퍽이나 걱정인가 보다.



화장실 앞 ..엄마 내가 시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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