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판교

잠깐 왔는데도 아련한 이 기분

by 절니또

퇴사한지 3달만에 옛 직장이 있던 판교를 다시 찾았다. 하나밖에 없는, 고맙고 소중한 입사동기와 점심을 먹으러.


기분이 이상하다

입사날과는 다른 떨림이다. 혹시라도 친하지 않았던 회사 동료를 마주하며 어색하게 인사하게 될까봐 소소한 걱정을 했다. (넓은 판교 한복판에 그럴 확률은 거의 없긴 하지만, N인 나는 또 그런 상상을 했더랬다.)


맨날 타는 빨간 광역버스가 왠지 어색하더랄까. 심지어 멀미까지 했다. (전날 술을 거나하게 먹어서 그런 이유도 있음)


오 나때는 없었는데

버스에서 내려 유유자적 걸음을 옮겼다. 3달만에 새로 생긴 가게가 제법 있었다. 회사 다닐 때 한 번도 안가봤던 마라탕집에 당도.



근황 토크 시-작


"회사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


늘 고마웠던 유일한 동기는 다정한 시선으로 물어온다.


나는 대답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만두니까 그 시절이 되게 소중하고 미화되더라. 그리고 회사 다니면서 진짜 좋았던건 좋은 사람들이랑 같이 일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 앞으로 내 가게를 열면, 결국엔 혼자서 일을 계속해나가게 될텐데 그 외로움을 감당할 수 있을랑가 모르겠어. 친구들도 직장인이라 앞으로 관심사도 쭉 달라질텐데 친구도 점점 없어지면 어떡하지."


"그런데 요새 느끼는건 대기업이나 복지/연봉이 괜찮은 회사가 아니더라도, 눈을 달리하면 일자리가 많더라구. 일할 수 있는 곳은 많으니 조바심 내지 않고 그저 지금 준비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어떻게든 되겠지 뭐."


이 비싼 땅에,

이 넓은 규모에,

이 인력이라니


퇴사한 사이 새롭게 생긴 카페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카페가 기똥차고 노련하다. 개인이 아닌 공간 기획 회사가 차린게 느껴졌다. 이 얘길하니 어느새 사업가 마인드 다 됐다고 동기가 칭찬을 너스레 건넌다.


상권부터 브랜딩까지, 고맙게도 같이 고민을 나눠준다. 회사를 다닐 때도 MD임에도 마케팅 아이디어를 같이 신나게 고민해주던 동기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어느새 점심 시간이 끝나감을 느낀다.


그렇게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헤어졌다


날씨 좋은 계절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며 인사를 건넸다. 동기는 회사 건물로, 나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간다. 불과 몇달전까진 같이 홀홀히 건물로 올라갔을텐데..


우리의 다른 방향에 기분이 왠지 헛헛해진다. 결론은 동기야 고맙다.






keyword
이전 08화난생 처음 브런치로 제안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