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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성장 Aug 16. 2023

사랑받는다는 것


나는 사랑받지 못하고 컸다고 장담을 했다. 그래서 마흔다섯이 되어서도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민감했다. 결혼을 하고도 조금만 남편과 틀어지면 사랑을 운운했고 부모님께 날 왜 사랑하지 않고 키웠냐며 원망을 하기도 했다. 

사랑의 사전적 의미 _인간의 근원적인 감정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 인류에게 보편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 특히 미움의 대립 개념으로 볼 수도 있으나 근원적인 생명적 원리로는 그러한 것도 포괄한다. 

사춘기 중2 딸아이. 사랑이란 무엇인가 돌아보게 한다. 사랑은 감정이므로 주관적이다. 주는 사람은 사랑을 주었다고 생각해도 받는 사람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받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기준이 없다. 사랑받고 사랑을 주는 행위가 사람을 살게 하는 감정임에는 틀림없다. 나 역시 인생에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더욱 예민했다. '너는 나에게 이렇게 희생하고 했으니 나는 사랑을 받는 것이다'라고 단편적으로만 생각했다. 타인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부모님께 관심받지 못했다, 사랑받지 못했다 생각하고 성장했다. 공부를 하는지 마는지 신경도 안 쓰고 나의 일상에 관심이 없었다. 내가 친구와 싸웠는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요즘은 어떤 것이 힘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먹고살기 바빠서 삼시 세끼 밥 먹는 것과 학교를 가는 것 그리고 잘 자고 아프지 않은 것 이외엔 별다르게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살던 내가 이제는 딸에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의식주는 기본적인 것이다. 기본적인 것을 하지 못하면 그다음의 일들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집안의 형편상 엄마가 일을 나가셨고 내 주변엔 그래도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학원에 가지 않으면 친구도 못 사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들 학원에 간다. 학원에 가지 않는 딸에게 관심을 갖는다며 온갖 애교를 부리지만  딸아이 눈에는 성에 차지 않는다. 나는 마흔다섯이고 엄마이고 친구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있다.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몇 년도 세대 차이 난다는데 서른 살 차이 나는 엄마가 성에 차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부모가 아이에게 기본적인 것을 해주지 못하면 그것보다 마음 아픈 일이 없다. 나의 부모님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함으로써 나를 사랑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아이를 낳고 보니 자동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사랑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모양으로 사랑을 받는 것이다. 부모가 되면 부모 심정을 안다고 했던가? 나는 꼭 겪어 봐야만 경험으로 알아차리나 보다.  

딸이 원하는 것은 공감과 소통을 하는 것이다. 내가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다. 마음으로는 알겠지만 행동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내가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사랑을 주는 것이 어색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공감과 소통은 행동이 아니라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가 하는 행동으로 배운다. 내가 관심을 갖고 옆에 붙어있을 땐 하지 않던 말을, 조금이라도 소홀해지면 듣게 되기 때문이다. 요즘 내가 마음공부를 하는 이유다. 나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부모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아이를 낳았다고 부모가 될 수 없다. 그 낳은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얼마큼 관심과 애정을 쏟을 것인가에 진짜 부모가 숨어있다. 사랑받지 못한 부모가 아이를 가슴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이제 내가 공부해야 한다. 나처럼 아이가 사랑받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는 엄마니까. 꼭 그렇게 할 거다. 

더 이상 아이 눈에서 눈물을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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