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질문
오늘 하늘을 보았나요?
이 책의 첫 장을 넘겨 첫 문장을 읽을 때부터 나는 아! 하고 탄식할 수 밖에 없다.
오늘 내가 하늘을 봤던가?
하늘의 모습은 어땠지?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던 건 아니니 오며 가며 하늘을 봤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하늘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해가 지기 전이라면 다행히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볼 수 있지만,
어둠이 내려앉고 난 뒤라면 그럴 수 없어 책을 넘기는 마음이 불편해진다.
바람은 어떤 냄새였나요?
두 번째 장을 넘기고 이 문장을 읽게 되면 결국 책을 내려 놓고 발코니 앞에 서게 된다.
문을 열고 킁킁 거리며 공기의 냄새를 맡아본다.
이 냄새는 어떤 냄새일까?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껏 배우고 익힌 단어들을 떠올려보지만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하해 '바람 냄새'를 휴대폰 검색창에 두드리다,
화들짝 놀라 다시 다음 장을 넘긴다.
오늘 "고마워!"라고 말한 적이 있나요?
그때 고마워! 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아니 그때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오늘 하루 내가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눈앞에 스쳐 지나가고,
유독 누군가의 얼굴이 천천히 지나가면
책장을 더 넘기기가 어려워진다.
책을 보다 보면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거지?
나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거야?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책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질문과 대답,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쪽인가요?
일본의 국민 시인인 오사다 히로시가 쓴 이 시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시라고 한다.
이 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세 히데코가 1년을 고민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책을 읽다 보면 왜 그랬는지 짐작이 간다.
그리고 이세 히데코의 이 그림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닐까 싶다.
2022년 첫날, 처음 보는 그림책이라는 의미를 두고
어떤 책을 볼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선택했다
한해가 시작되면서 야심 차게 계획을 세웠다.
올해 이루고 싶은 것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썼다.
열심히 사는 것이야 좋은 것이지만,
그런 와중에 성취와 성공, 목표 달성이라는 욕심이
진하게 베여 나올 때가 생긴다.
그럴 때 나를 경계하고 싶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기 위해, 무언가를 하며 살다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을 놓치고 싶지않다.
그래서 나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한다.
올해 나는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고,
바람 냄새를 나의 단어들로 만들어내며 살 거야.
자주 고맙다고 말해야지.
망설임없이 아름답다고 감탄하고 감동해야지.
모래밭에 풀밭에 털썩 앉고 눕는 사람이 되어야지.
질문에 답을 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