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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꿈 Jan 13. 2023

꿈꾸는 힘, 마법 같은 변화의 시작

키오스크

 

올가는 신문이나 잡지, 간식거리를 파는 작은 키오스크 안에서 삽니다. 키오스크의 작은 창문을 통해 세상을 내다보고 사람들과 만나지요. 올가는 말 하지 않아도 단골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요. 몇 시에 누가 오는지, 누구와 오는지, 무엇을 사는지 다요. 그리고 대부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지요. 고단한 하루가 지나고 밤이 되면 올가는 좁은 키오스크 안에서 잠이 들어요. 가끔 키오스크를 벗어나고 싶어지면 여행잡지를 읽지요. 여행잡지를 읽다 잠든 올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합니다. 꿈속에서 올가는 잡지에서 보던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 것일까요?     


그런데 어느 날 우연한 사고로 올가의 키오스크가 넘어집니다. 올가의 세상이 뒤집어져 버린 거죠.    

 

처음엔 올가를 보고 답답했어요. 왜, 다른 그림책의 주인공들을 보면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과감하고 결정하고 용기 있게 떠나잖아요. 무모하다 싶을 만큼 도전하고요. 올가는 여느 그림책 주인공들과는 좀 달라 보였어요. 키오스크가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그동안 정말 몰랐던 걸까요? 우연히 키오스크가 넘어지지 않았다면, 우연히 키오스크가 물에 빠지지 않았다면 올가는 평생 그렇게 키오스크 안에서 잡지책만 보다가 잠드는 삶을 살았을 거라고 비난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게다가 올가는 끝까지 키오스크를 집어 던지지 않거든요. 아이고, 너 정말 그림책 주인공 맞니? 묻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어요. 올가를 향한 답답한 마음, 비난은 사실 나를 향한 것이었어요. 평소 입던 옷과 스타일이 달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뺐다만 여러 번 하다 결국은 사놓고 안 입을 것 같다며 전에 샀던 옷들과 비슷한 옷을 사는 사람이 바로 저니까요. 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 길도 늘 가던 방법대로만 가는 사람이 저고요. 해외여행까지는 아니어도 좋으니 혼자서 딱 1박 2일 여행만이라도 갔다 오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정작 ‘혼자서는 좀 무서운데’ 하며 망설이다 포기하는 사람도 저예요.


“야, 네가 올가라면 넌 생업을 다 때려치우고 오랜 꿈을 향해 움직일 수 있어?”라고 말한다면 자신 있게 말 못 하겠어요. 맞아요, 남의 인생에 훈수를 두긴 싶지만, 정작 그 인생이 되어본다면 결코 쉽게 말할 수 없는 거였어요.     

키오스크가 넘어진 김에 산책하고, 강물에 떨어진 김에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대부분은 넘어진 키오스크를 그 자리에 잘 세우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겠지요. 올가가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건 어쩌면, 아마 잠들기 전까지 오랫동안 보고 또 보며  꿈꾸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와 그러고 보니, 그렇게 보니 올가가 좀 달라 보이네요. 오랫동안 꿈꾸었던 힘, 그게 마법 같은 변화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좁은 키오스크를 끝내 집어 던지지 못하는 올가는 여러모로 우리랑 참 닮았어요. 그림책 주인공들이 도전하고 해내는 걸 보면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느끼면서도, ‘그래, 이건 그림책이니까, 상상의 세계니까.’ 하며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거든요. 꿈을 꾸고 바라는 모습이 있지만, 현실 세상도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아니까요. 맡은 일, 책임져야 하는 가족, 생계, 그런 것들에게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아는 어른이니까요. 우리는 모두 각자의 키오스크 안에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올가의 변화는 도전은 더 응원하고 싶어져요. 언젠가 올가처럼, 내 키오스크를 들고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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