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kyo designer Nov 25. 2020

7.일본미대에서 영어공부는 필요할까?

Yoshitomo Nara Itchy and Scratchy 2000acrylic on canvas35 3/8 x 39 1/4 in. (89.9 x 99.7 cm)


대학에 들어와 보니 일본어를 당연하게도 쓰는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일본어는 얼마나 잘해야 잘한다고 느낄까?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서로의 언어를 배우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문법과 발음도 비슷하면서 대충 한자를 쓰지는 못해도 어떻게 읽는지 알기만 한다면, 개인적으로 영어보다 배우기 쉬운 축에 속한다.

또한 한국에서는 일본어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일본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일본어는 메리트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메리트가 없을까?


나의 경험에 빗대어 말하자면,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제2외국어만을 의존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의존하는 데에 언젠가 한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곳 일본에서 외국인이 일본어를 잘 하는 것은 나름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많다. 아예 일본어를 못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일본어를 특출나게 잘한다 하더라도 네이티브 스피커를 이길 수 없다.

일본어를 잘 한다는 것은 더 이상 스펙으로 쓸 수 없다. 왜냐하면 당연하게도 다 일본어를 쓰니까...!


그렇기 때문에 영어와의 싸움은 일본에 와서도 안심할 수 없다. 영어가 베이스가 돼서 제2외국어인 일본어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된다면, 일본어만 하는 것보다 좀 더 플러스 요인이 많다. 예를 들면 자신의 선택지가 좀 더 넓어진다. 일본에서는 오히려 일본어만 사용한다는 것은 자신의 선택지를 줄이는 것에 가깝다. 언어는 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일본에 와서 오히려 더 영어에 매달렸던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 보다도 더 대학교에 들어와서 영어에 매달렸다.

내가 다니던 미대는 학장님께서 조금 유별나신(?) 구석이 있다. 미대생이라도 자신의 작품이나 창의력을 전달하지 못하면 그것은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것. 특히 영어로 전달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을 연신 주장하셨고, 본인도 젊은 시절 맨 땅의 헤딩으로 영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오신 분이라 특히나 영어의 중요성을 실감하신 얼마 안되는 교수님 중 한 분이셨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일본 미대 중 유일하게 토플과 아이엘츠 수험료를 지원해준다.(토플과 아이엘츠 응시료는 일본에서 약 20만 원이므로 이 제도는 정말 감사하다.)


또, 나의 지도 교수님께서도 영국에서 유학하신 경험이 있으셔서 유학생의 고충을 알아주시기도 하며, 때때로 영어로만 이루어진 수업을 개설하시기도 한다. 이러한 커리큘럼을 골라 들은 덕에 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꿈꾸게 되었고, 3학년 때에는 교환학생을 지원하고자 하였지만, 금전적인 문제와 여러 문제가 겹쳐 1년을 비우는 교환학생 보다 다른 여러 프로그램에 지원하였다.


예를 들면, 해외 인턴쉽과 해외 워크샵이다. 해외 인턴십은 3학년 여름방학에 한 달간 미국 시애틀에서 인턴십을 하였다. 또 해외 워크숍은 매년 미국 독일 영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6개의 미술대학이 교류하여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일주일 간의 워크숍이다. 이 워크숍은 4학년 학기 시작 전에 일주일 간 영국 런던에서 이뤄졌다.  여러 가지 기회가 주어져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다녀오고 나서도 한참 영어로 자유롭게 아무런 장애도 없이 토론하는 네이티브 스피커인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아직도 떠오르고, 나 자신도 좀 더 영어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자극을 받은 경험이기도 하다.


분명 한국에서의 나는 토익을 치르고, 영어를 정규과정 12년 이상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입이 안 떨어졌던 전형적인 암기형 인간이었다.

그렇지만 이것 저것 재지 말고 부딪혀보고 입을 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오히려 일본어를 배우면서 알게 되었다.


처음 내가 일본어를 배운 계기가 된 것은 중학교 제2외국어인데,  그때만 해도 관심이 없었던 일본어가 드라마와 영화를 접하면서 점점 히라가나를 읽고 쓰고 싶어 지고 , 일본어로 말을 하고 싶어 졌다. 그래서 그때부터 귀가 트이고 입이 트였던 게 먼저였던 것 같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에 오고 난 뒤 자신이 어떻게 일본어를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고 나니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길에 있었다.

나는 여러 방법을 써보았지만, 넷플릭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하나 정해서 하루 종일 그것만 틀어놓곤 했다. 그러면 드라마를 굳이 보지 않아도 그 사람들의 억양이나 발음이 들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귀가 트인다.


나는 이러한 방법으로 익히는 언어는 생각을 거치지 않고 반사적으로 나올 수 있게 끔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뒤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할 수 있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처음 일본에 와서는 영어공부를 필요로 할 줄은 몰랐다. 특히나 미대는 더더욱.

역설적으로 지금은 세상에 나를 PR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언어를 한 가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타겟이 늘어난다는 뜻 이기도하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한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외국어 공부는 내 평생의 숙제가 될 것 만 같은 기분이다.



이전 07화 6. 유학 후 인간관계에 대해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