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후 라기보다 정확하게는 한국을 떠나 온 후의 인간관계에 대해서이다.
일본으로 오고나서 이 곳에서의 인간관계도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인과 인간관계를 이루어 나가기란 한국에서보다 많이 달랐기 때문에 나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워킹홀리데이 때에는 쉐어하우스에서 살았기 때문에 저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나는 그때까지는 몰랐다. 일본인 친구를 사귀기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앞서 말하지만, 특정 부분을 일반화 하는 것이 아닌 내가 겪은 경험을 나의 시선에서 기록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나는 일본에 처음 와서 쉐어하우스에 살았다.
그때 처음 친해진 것이 나의 옆 방에 살던 N상이다.
아직까지 연락을 하고 지내지는 않지만, 나름 처음 와서 친해진 사람이기 때문에 당시의 추억이 많이 생각난다.
이것저것 서로 많이 챙기기도했고, 옆 방이라 그런지 서로 교류도 많았다. 그리고 둘 다 조용한 성격이었기 때문에라운지에서 다같이 파티하는 것 보다 둘이서 방에서 과자를 까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편했다.
N상은 이른 바 프리터(フリーター: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사람)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고, 그녀는 음악을 좋아했다.
직접 녹음한 시디를 나에게 주기도 하고, 어쿠스틱 기타를 가끔 치곤 했다. 나는 벽 넘어 그 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다. 내가 쉐어하우스를 나갈 때에도 일부러 배웅해주기도 하고, 새로 이사 간 집들이에도 와주었던 고마운 친구다. 그러나 어느 순간 연락이 훅 끊기고 말았다.
대학에 들어가서 만난 M은 같은 학과 학생이다. 처음 들어가자마자 나는 M이 눈에 띄어 친해지고 싶어서 말을 걸었다. 그 뒤로 우리는 같이 미술관에 가기도하고 오모테산도의 디저트 카페를 일부러 찾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 날 학교에서 마주하면 그녀의 태도는 마치 내가 처음 말을 걸었던 그 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학교에서 마주치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내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그녀는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똑같이 대학에서 만난 R은 1학년 때에는 그다지 친하지 않다가 2학년 때 우연히 친해지게 되었다.
어느 순간 부터는 수업도 같이 듣고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주말이면 같이 만나서 놀기도 했다.
그러다가 서서히 멀어지더니 급기야 3학년 때부터 휴학을 하고 연락두절이 되어 연락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세 가지 사례로만 이야기하자면, 한국에서의 사귐의 과정으로 나는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여태까지의 한국에서 살아왔던 나의 경험에 기반하면, 친구를 사귀는 것에 있어서 나는 짧은 순간이라도 무언가 나와 통하는 부분이있다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령 그게 처음 만난 사람 일 지라도.
더군다나 술과 맛있는 음식이 함께라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선, 나의 경험에 의한 친구를 사귀는 과정이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먼저 연락을 해오지 않는다.내가 먼저 연락을 하기까지.
나도 사람인지라 어느 정도는 먼저 말을 걸어 줬으면 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내가 먼저 다가서는 관계는 쉽게 지친다.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나에게 화가 났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말을 해줬으면 했다.
그런데 딱히 말을 걸고 나면 화를 난 건 아니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니 내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게 되었다.
낯가림일까...? 아니면 정말 속으로는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
이런 생각들로 나 자신을 괴롭히면서까지 나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노력을 하는 것을 포기했다.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서먹하게 굴던 동기도, 시간이 흐를수록 좀 더 편하게 대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답이었다. 그리고 나도 조금은 마음을 편히 먹고 오고 가는 인연들을 붙잡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건대,그들은 아직 친하지 않은 내가 갑자기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너무 가깝게 다가가 부담을 느끼고 거리를 둔 건 아닐까.
나는 밀당이란 남녀 사이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친구관계에서도 필요한 줄은 이 곳에 와서 처음 깨달았다.
다가가기 전에 다가갈지 말지 정하고 정말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가는 것이 내가 터득한 이 곳에서 친구가 되는 방법인 것 같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그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외국에서 살며 그 나라의 사람과 동화되어 가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 나라에 따라서도 분명히 그 나라 문화에 맞는 사귐의 과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꾸준히 안부를 묻는 친구들과 더 많은 추억을 공유하려 한다.
행여나 반대로 나의 무지와 둔감함으로 인해 우리의 관계에 상처를 받았던 사람이 있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 글을 쓰면서 떠오른다.
잊고 있던 친구들에게 연말 겸 안부를 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