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은 돈이 많이 든다.
특히 예술을 공부하는 것은 돈이 배로 든다. 그렇다고 내가 부자여서 유학을 했던 건 결코 아니다.
유학하기 전에 실제로 유학하는 동안 얼마나 돈이 드는가 현실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직 경제적인 자립을 하지 못했다면 더더욱)
현실적인 비용을 알지 못하면 뜬구름만 잡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언제나 잊어버리지 않게 현실로 단단히 돌아오자.
워킹홀리데이 때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고 미대에 합격했다고 해도 갑작스레 유학 비용이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나는 일은 없다.
내가 다닌 학교 기준으로 1학기 당 학비는 대략 820~850만 원 선이었다. (환율에 따라도 차이가 커진다)
1년 학비가 아니라 1학기이고, 우리 과는 재료나 실습수업이 없기 때문에 다른 과 보다 유독 싼(?) 편에 속한다.
여기서 재료비나 이것저것 수업에 필요한 책 등을 산다고 하면 900~1000만 원은 각오해야 한다.
특히 처음 입학하고 나서 입학금이란 것을 300만 원 냈던 기억이 있다. 이건 필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1학년 때가 제일 학비가 비쌌다.
또 합격하자마자 2주 뒤에 학비를 지불했어야 하기 때문에 큰돈을 갑자기 마련해서 지불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내지 않아서 입학이 취소되는 불상사를 겪을 수 없으니 어떻게 해서든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모아서 내야 한다.
그러므로 순수하게 학비만 생각하면 850만 원*8학기 = 6,800만 원
그리고, 한국에서는 휴학을 하면 학비를 내지 않지만, 일본의 대학은 휴학하면 휴학하는 기간에도 학비를 내야 한다!
이는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군 휴학은 특별히 2년까지는 봐주는 듯하다.
생활비는 한 달에 약 100만 원으로 계산했다. 집세가 50, 식비 및 교통비가 30이다.
이것은 정말 빠듯하게 생활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생활비이다.
이사하는 비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사하는 비용은 보통 자신이 살 집세에서 약 5배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일본 부동산은 시키킹 레이킹 개념으로 집세의 두 달 치 분을 지불하는 문화가 있다.) 물론, 집세가 낮으면 낮을수록 어느 정도 절약은 되겠지만, 내가 이사하면서 본 집들 중에 도쿄에서 5만 엔 이하의 방을 찾는다면 목조건물이거나 어딘가 하자가 있거나 하는 집들이 많다.
물론, 기숙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기숙사 한 달 비용이 자취 비용보다 비쌌기 때문에 그만두었다.
또한 학생을 위한 주택 보조 제도도 있지만, 학교 근처 주택들은 거의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방 들이고, 교통 위치도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았다.
여기서 통신비나 공공 수도세, 전기, 가스 비용을 생각한다면 한 달에 넉넉잡아 20이 든다.
그렇다면 생활비로 그나마 (쇼핑하지 않고) 아끼고 절약해서 산다면 한 달 생활비는 100 정도 든다.
그렇다면 1년 생활비는 1200만 원
여기에 1년 치 학비는 1700만 원
합하면 대략 2900만 원에서 넉넉잡아 3000만 원까지 간다.
이렇게 졸업하기까지 4년이 걸리기 때문에 1억 2천만 원이다.
그렇다면 내가 1억 2천만 원을 다 내고 학교를 졸업했을까.
정답은 아니다.
생각보다 사립 미술학교에도 장학금 제도를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었고, 유학 비자일지라도 자격 외 활동 가능을 인정받기만 한다면 주 24시간 이내로 아르바이트도 가능하다. 또 유학시험(EJU)의 성적이 좋다면 문부과학성의 장학금도 한 달에 45만 원 정도 1년은 받을 수 있다. 또 학과 성적 우수자에게는 학비를 최대 30%까지 감면해 주는 장학제도도 있다.
그러나 1학년은 학비를 감면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1년은 착실히 돈을 내고 나는 1학년 말부터 장학금 제도를 찾아다녔다.
2학년부터는 한 재단에서 운 좋게 장학생으로 뽑혀 한 달에 2만 엔씩 1년 간 받을 수 있었다. 2만 엔이라도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생활비에 거진 쓰이긴 하지만, 아주 여유가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3학년 때에는 성적 우수자 장학금을 졸업 때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 덕에 학비는 850에서 600 정도로 확 줄일 수 있었다.
또한 4학년이 되고 나서는 일본 장학 재단 중에 제일 큰 장학 재단의 장학생으로 뽑히게 되어 한 달에 10만 엔씩 받게 되었다.
나는 이 덕분에 졸업 연구와 전시 제작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이 덕분에 평소에 만날 수 없던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성적 우수자 학비감면과 장학제도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래 봤자 정말 조금이지만, 가난한 유학 생활에 빛이 되어주었다.
생각보다 길은 다양하다. 먼저 자신이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이전에 나는 워킹홀리데이로 왔을 때 나 자신이 여기에 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
장학금을 받기까지도 비슷한 과정이 이어졌다.
언제나 서류를 준비할 때면 내가 가난함을 증명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나를 지원해 달라고 호소문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지만 서류뿐만 아니라 면접도 보기 때문에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다. 까다롭지만 그래도 장학금을 받는다면 그 정도의 수고는 감수해 내야 한다.
지금은 나를 졸업하게 해 준 장학 재단들에 정말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언젠가 나도 멋진 사람이 되어 또다시 학생들을 지원해 주고 싶다.
그러므로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힌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라.
두드리면 문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