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신랑과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의 직장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졌고, 우리 각자의 힘들었던 순간들이 하나둘 오갔다.
처음엔 같은 말을 하고 있는 듯했지만, 서로 다른 생각 속에 갇혀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았다. 결국 대화를 멈추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같은 주제를 놓고도 서로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각자의 관점, 가치관, 경험이 다르다 보니, 아무리 말을 해도 닿지 않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그날은 좀 달랐다.
서로의 말을 조금 더 귀 기울여 듣고, 그 속을 조금 더 깊이 헤아리다 보니 알게 되었다.
우리가 각자의 힘듦만을 토로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 반대였다는 것을.
서로의 고단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아픔을 덜어주고 싶어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다닌 직장을 신랑이 그만두었을 때가 우리 결혼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했다.
무던한 그에게 이명이 찾아왔기에.
그래서 그 시기 동안 신랑을 더 챙기고,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해주고 싶어 애썼다.
하지만 신랑은 그때보다, 내가 둘째를 낳고 산후우울증을 겪던 시기가 훨씬 더 힘들었다고 했다.
나는 그 시절이 잠깐 스쳐간 힘듦이었다고 여겼는데, 신랑은 오히려 그때가 더 괴로웠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각자의 힘듦을 나누는 줄로만 알았던 대화들이, 사실은 서로가 서로를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마음의 표현이었다는 것을.
서로의 아픔이 곧 자신의 아픔이 되어 있었고, 상대의 고통을 바라보는 일이 오히려 더 힘겨운 일이었다는 것을.
그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서로에게 정말 깊은 사랑이 있었구나.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구나.
때로는 티격태격하고, 의견이 맞지 않아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늘 상대를 향한 마음이 있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서로를 지켜주려고, 곁에 있어주려고, 발버둥 치던 시간들이었다.
그땐 미처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아픔으로 남아 있었다.
상대의 혼란이 곧 나의 아픔이었구나.
그걸 알게 되니, 마음이 뭉클해지고, 또 한편으로는 아려온다.
우리가 함께 겪어낸 시간들, 그 모든 날이 결국 사랑이었다는 걸 이제야 더욱 깊이 느낀다.
비록 완벽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해도 있었고, 침묵도 있었지만, 그 속엔 늘 상대를 향한 마음이 숨어 있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오늘도 우리를 함께 걷게 한다.
사랑은 크고 거창한 말이 아니라, 작은 오해 속에서도 끝내 돌아와 손을 잡아주는 것임을 이제 안다.
서로의 아픔을 나처럼 품고, 웃는 날만큼 울었던 날들도 기억하며, 우리는 그렇게 천천히, 단단하게 사랑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멀리서 찾던 행복이 사실은 내 옆에 있었다는 걸, 당신을 통해 알게 되었다.
수많은 날을 지나 결국 알게 된 진심 하나,
당신이 곁에 있는 이 삶이 내가 찾던 가장 고요한 안식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