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박스가 울리는 우리 집 잠자리

by 빼어난 별

어릴 적, 부모님과 단칸방에서 살 때

아빠의 코골이는 마치 거대한 탱크가 지나가는 소리 같았다.

'크아아아앙크르르르릉~! 퓨휴휴휴휴휴휴~'

그 소리가 어찌나 크고 리드미컬하던지,

나에겐 그냥 익숙한 자장가였다.


아빠는 안채에서 자고, 나는 별채에 있어도

그 굉장한 울림은 거리쯤이야 가볍게 넘나들었다.

근데 우리 엄마는 정말 신기하다.

그 탱크 옆에서, 밤새도록 몰아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아무 일 없다는 듯 꿀잠을 주무신다.

정말 너무도, 진짜 너무도 신기하다.

여지껏 우리 아빠의 코골이를 따라갈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선택한 남편도, 본의 아니게

그 탱크의 계보를 잇고 있다.

밤새도록 쿠우우웅~~드르르르르~하고

가끔은 남편이 드르르르르~컥! 하고

갑자기 숨을 멈춘 것 같은 소리를 낼 때가 있다.

너무 놀라서 '이러다 진짜 객사하는 거 아냐?!' 싶어

본능적으로 툭! 몸뚱이를 치면

그제야 커어어...커어...드르르릉~ 다시 숨 쉰다.

그러면 나도 함께 숨 돌린다.

다행이다. 또 살았다.

그렇게 함께한 지 벌써 12년째.


오늘따라 그 코골이 소리가

유독 더 크게, 더 깊게 들리는 밤이다.

우리는 넓은 안방 놔두고

네 식구가 작은방에 옹기종기 붙어 잔다.

같이 살 맞대며 자는 게 좋아서...


그런데 오늘은 좀 별나다.

남편의 코골이에 장단 맞춰

작은놈 하나가 핑퐁처럼 피이이잉~거린다.

음색만 다를 뿐, 거의 비트박스 수준.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코골이 리듬 세션이 열린다.


그 와중에 문득 생각났다.

부부여도 코골이 때문에 각방 쓰는 집이 많다고.

내 주변도 그렇다.

그런데 나는... 내가 특이한 건지,

집안내력 탓인지,

아님 그냥 집안환경의 습이 몸에 밴 건지 모르겠지만,

남편의 코골이를 자장가 삼아

스르르 잠들어 버린다.


남편이 출장을 가는 날엔

이상하게 자꾸 깨고, 뒤척이고, 잠을 망친다.

그 큰 탱크 지나가는 소리를 못 들으니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런 나를 스스로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난다.

진짜, 내가 봐도 내가 웃기다.


오늘처럼 유난히 시끄러운 날이면

그 탱크 소리가 아빠 생각,

엄마 생각을 불러오고,

결국은 나 자신까지 돌아보게 된다.

내가 특이한 걸까?

이게 유전인 걸까?

아니면 그냥 체질인 걸까?ㅋㅋ


잠든 집안을 채우는 그 소리가, 오늘따라 나를 웃게 하고,

잠재우고, 생각하게 했다.

에잇, 모르겠다.

이 정도면 ASMR이지 뭐.

탱크 소리 자장자 틀어 놓고 꿀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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