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둘째가 유치원을 다니던 무렵. 매일 아침저녁으로 등하원과 학원 픽업을 오가며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파트 앞으로 나가 학원 차량을 기다리던 어느 날,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밝은 인상을 주는 경비아저씨를 알게 됐다.
그분은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 분이었다. 늘 해맑은 웃음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었고, 누구에게나 따뜻함을 전해주셨다. 우리 둘째도 그 온기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차량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둘째는 "아저씨~!" 하고 달려가 안겼고, 아저씨는 손주를 품듯 두 팔을 벌리고 앉아 계시곤 했다. 그 풍경을 지켜보며 나 역시 조금씩 마음이 열렸고,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이였지만 어느새 매일 안부를 주고받는 이웃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첫째와 함께 둘째를 기다리던 중, 아저씨께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셨다.
" OO 엄마, 왠지 털어놓고 싶어서요. 고민 상담 좀 해줄 수 있을까요?"
"무슨 일이든요. 도움이 될 수 있다면요."
이야기를 듣던 나는 아저씨께 도전을 해보시라고, 칠십 평생 가까이 사시며 남은 삶을 더 멋지게 살아보시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첫째가 재활용 박스 받침을 하나 들고 있었다. 배달 음식 밑에 깔려 있던 그 판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당신의 용기를 지지합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나와 아저씨는 동시에 말문이 막혔다.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된 메시지 같았다.
그날 이후,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연락처를 주고받고 친구가 되었다. 나에겐 부모님 또래의 인생 선배이자 든든한 친구가 생긴 것이고, 아저씨에겐 젊은(?) 친구 가 생긴 셈이었다.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존중하며, 아저씨 말씀대로 우리는 '사회적 가족'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저씨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 자주 이야기하시던,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시인 친구분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내게 전화를 걸어주셨고, "인연이란 게 신기하다"며 그분과 인사를 나누게 하셨다.
처음엔 닉네임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지만, 나중에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헉, 정말? 이분이셨다고?"
알고 보니!
브런치에서 나와 서로 구독하고, 눈팅하며 '좋아요'를 주고받던 바로 그 작가님이셨던 것이다.
말 그대로, 희~~~~ 귀한 인연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화면 너머에만 존재하던 누군가가, 내가 '사회적 가족'이라 부르는 아저씨의 오랜 친구였고, 또 그렇게 전화로 연결된 것이다. 어안이 벙벙했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영화처럼 마음이 벅차올랐다.
서로 "꼭 만나자"라고 약속했고, 조만간 남편과 함께 두 분을 뵐 예정이다.
세상이 이렇게 좁은 걸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실로 이어진 인연들이 우리 곁에 조용히 흐르고 있었던 걸까?
가끔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인연이 다가오고, 연결되고, 그렇게 내 삶에 특별한 한 페이지를 더해준다. 분명한 건, 이 모든 인연이 내 삶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희~~ 귀한 인연이 참으로 기묘하고도 소중하다.
우연 같았던 만남이, 알고 보니 필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인연은 때로 그렇게 우리를 놀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