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우리 부모님은 늘 함께하셨다. 모임에 가도, 시장에 가도, 병원에 가도, 어딜 가든 항상 둘이 함께였다.
'잉꼬부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25년 넘게 보며, '부부란 저런 거구나', '가족이란 저렇게 함께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우리 부부도 연애 시절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했다. 따로 살던 때에도 하루에 한 번은 꼭 만나 시간을 보냈고, 결혼 후에도 그 습관은 계속되었다. 서로 약속이 생기면 가능한 한 함께 가거나 데리고 가려한다. 서로를 챙기고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드라마를 볼 때도, 영화를 볼 때도, 심지어 남편이 이발하러 갈 때도 "같이 가자~"라고 한다.
물론 그건 내가 안 간다.(웃음)
결혼 후엔 바쁜 삶 속에서 한 끼조차 함께 먹기 어려운 가족들이 많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하루에 한 끼만큼은 꼭 같이 하고 싶었다. 남편이 회식이나 야근이 있는 날은 어쩔 수 없지만, 웬만하면 기다렸다가 함께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처음엔 이런 모습이 당연한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부부가 유독 특별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남편도 퇴근이 7~8시쯤이면 집에 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함께 하루 한 끼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풍경이 자리 잡았다.
아이들은 먼저 아빠의 퇴근 여부를 물으며 아빠를 기다리고 반긴다. 너무 배고픈 날엔 먼저 챙겨주기도 하지만, 여전히 남편과 함께 먹는 밥이 좋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족의 습관 속에서, 요즘은 아이들과 일본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는 즐거움도 생겼다. 저녁 식사 후 시간이 남을 때마다 하루 1~2편씩 보며 서로 공감대를 쌓아간다.
놀라운 건, 아이들도 이제 그 '의리'를 지킨다는 것이다. 식구 중 하나라도 없으면 절대 먼저 보지 않는다.
"먼저 봐도 돼~""나중에 또 보면 되잖아~" 하면서도 결국은 모두가 시간이 맞을 때까지 기다린다.
가끔 남편이 "아빠를 기다리는 거야? 만화가 보고 싶은 거야?" 하고 웃으면, 집안은 웃음바다가 된다.
나 역시 혼자 보는 것보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주전부리를 나눠 먹으며 같은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훨씬 즐겁다.
이런 모습을 보면, 부부에서 시작된 '의리'가 이제는 온 가족으로 전염된 느낌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남편이 있다. 내가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을 때도 혼자 보지 않고 함께 봐준다. 어떤 날은 나보다 더 몰입해서, 나보다 더 울기도 한다.
그렇다고 남편이 '초식남' 같은 스타일은 아니다. 나보다 젊지만 은근히 꼰대 기질도 있는 상남자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 화목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들이 어느새 그의 일상이 되었다.
온 가족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웃고, 함께 공감하는 그 시간들 속에 '가족의 의리'가 자연스럽게 자라났다.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지금처럼 둘러앉아 식사하고 함께 웃는 날은 점점 줄어들지도 모른다. 각자의 삶을 살게 되고, 각자의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게 되겠지.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이미 함께한 시간 속에서 서로를 충분히 사랑했고, 지켜보았고, 닮아갔다.
지금 이 순간, 같은 화면을 바라보며 함께 웃는 이 따뜻한 풍경이 아이들 마음속에 오래 남아, 언젠가 그들만의 가족을 이룰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작은 식탁에서 시작된 '의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랑이 되고, 습관이 되고, 결국 우리 가족을 단단히 묶어주는 끈이 되었듯이.
앞으로도 우리는 그렇게, 함께 웃고 함께 기다리며, '가족'이라는 이름을 지켜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