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중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해라 나름 비장하게 계획도 세우고 의미있게 보내고 싶었다.
기념비적인 업적을 세울 계획은 아니었더라도 더 열심히 놀고, 더 열심히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 시작은 코로나로 2년째 한국을 가지 못해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게 되면서부터였다.
기본적인 몇 가지 검사 후, 초음파실에 누웠다.
여기저기 체크한 후 갑상선 차례. 목의 오른쪽 어느 한 곳에 머물며 한참을 "삐" "삐삐" 기계음이 반복되었다.
뭔지 모를 찜찜한 마음에 사이즈가 큰지 물어봤다.
잠시 고민하더니 한마디 한다. "不放心부팡신"
뭐야, 안심할 수 없다고?? 일반적으로 하는 말이겠지??
결과가 나올때까지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불안한 마음에 갑상선 조직검사를 검색하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며칠 후 건강검진 결과지와 함께 의사와 마주했다.
"음, 사이즈가 크진 않지만 가로보다 세로 길이가 조금 길어서 조직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겠어요."
"네? 조직검사요? 원래도 결절이 있었는데 이건 다른 건가요?"
"예전에는 한국에서 검사한 거라 알 수가 없지만 지금 보이는 결절은 모양이 좋지 않아요. 자세한 내용은 내분비내과 선생님과 예약을 잡으세요."
지금껏 검진에서는 사이즈가 너무 작아 ‘추적검사 요망’이라는 코멘트만 달려있었는데 갑자기 조직검사라니… 그것도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이게 무슨 일이지? 모양이 좋지 않다면 내가 암일 수도 있다는 말이야?
정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바로 수술을 해야 하나? 중국에서 수술을 해야 하나?
그보다 당장 조직검사는 여기서 해도 되는 걸까?
아니, 그걸 다 떠나서 진짜 내가 암일 수도 있다고???
말도 안 돼...
머리가 띵....복잡해졌다.
너무 놀라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너무 많아져 머리가 멍해졌다.
다 부정하고 싶었다.
백만분의 일이라는 가능성도 부정하고 싶었다.
퇴근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남편도, 나도 불안한 마음에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당장 검사부터 시작해 수술 여부, 출국 여부, 거기에 따른 아이들 학교 문제까지 어느 하나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더 미룰 수 없었고 그래도 아닐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직검사만 해보기로 했다.
양성이라고 나오면 걱정할 필요 없이 다시 일상을 보내면 되는 거니까..
불안한 마음은 인정하되 내가 암환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준비하고싶지 않았다.
나 아닌 그 누군가도 그렇지않을까...
다음날 병원에 연락해 내분비내과 선생님과 진료를 잡고 검사도 예약했다.
며칠 후 검사날에 맞춰 남편이 월차까지 내서 함께 갔지만 의사소통의 오류였는지 검사는 다시 예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내가 중국을 너무 띄엄띄엄 봤지...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될 리가 없는데 말이다.
남편은 겁쟁이인 날 위해 이곳에서 쉽지 않은 월차를 썼지만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결국 중국 설 연휴 뒤로 검사 예약이 잡혔다.
혼자 갈 수 있겠냐고 걱정하는 남편에게 "결과 듣는 날도 아닌데 뭐 어때... 나 혼자 갈 수 있어..." 하고 안심시키며 병원을 나섰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초음파에서 기계음이 들렸던 순간부터 혼자 있는 시간마다 갑상선 생각을 하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밥을 먹어도 먹는 것 같지 않고, 잠을 자고 싶어도 생각이 많아져 잠이 들지 않았다.
아닐 거라는 믿고 싶은 마음 아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무서울 만큼 내 마음을 휘감았다.
쿵쾅거리는 내 심장소리에 놀라 어지러웠다.
나는 큰 일에 오히려 담대하다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제대로 착각이었다.
조직검사 결과를 듣기 전에 피가 말라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