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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냥 Feb 27. 2024

중학생 D 이야기, 첫 번째

중학교 2학년. 전교 유일의 왕따.


나는 선택적 함구증이다.

선택적 함구증이라 왕따인 건지

왕따라 선택적 함구증인 건지는 모르겠다.


혹은

‘우리 집이 가난해서일까’

‘부모가 이혼을 해서일까’

‘내가 학교 공부를 쫓아가지 못해 멍청해서?’

‘뚱뚱해서?’

아마 모든 이유가 해당되겠지


왕따 생활은 괜찮다. 나는 혼자 음악을 들을 때가 제일 행복하니까 그런데 티 나지 않는 폭력은 끔찍하다.

강당을 가거나 이동 수업일 때 항상 양 옆에 우르르 앉아서

이유 없이 꼬집거나 주먹으로 허벅지, 가슴을 때리고

화장실을 가면 문 위에서 물을 뿌리거나 대걸레로 쑤셔댄다.


그래도 나는 참을만했다.

유치원 때부터 왕따였으니 내성이 있었다.


급식비를 내고도 급식실을 가지 못한다.

혼자 밥 먹는 게 자존심 상해서.

도시락을 싸와도 교실에서 먹을 수가 없다.

이 역시 자존심이 상해서.


배고프면 어떻게 하냐고?

화장실에서 5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허겁지겁 삼키고 나온다

한 번은 이런 처지가 서러워서 울어도 봤지만

바뀌는 게 뭐가 있으랴


전학생이 왔다. 처음에는 내게 관심도 없던 전학생은 금세 가해자 그룹에 동조하였고 내 필통에서 펜을 통째로 훔쳐갔다.


누가 봐도 내 펜들인데 자기 거란다.

나는 폭력도 화장실에서의 점심도 감내했지만

내 물건을 뺏기는 건 견디지 못했고

운동장 이동 시간에 혼자 교실에 남아 내 펜들을 ‘훔쳐왔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온 전학생은 그 펜들을 찾았고

내 가방과 책상을 뒤져댔다.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자 애초에 자기 것이 아니니 선생님께 이르지 못했고 그렇게 넘어갔다.


그 펜들은 어디 있었냐고? 내 실내화 속에 있었다.

펜을 실내화에 넣은 채로 신고 있었고

내 펜들을 나는 지켜냈다.

다음날부터 나는 샤프와 지우개만 가지고 다녔다.


저급한 취급과 폭력 속에서도 내 물건을 뺏기기 싫어 훔쳐올 만큼의 자존심은 남아 있던 게 참 웃긴다


나는 이런 하루를 마치고 집에 가도 말을 하지 않았다.

들어줄 사람도 없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가 왕따라는 걸 알게 되고

슬퍼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 나는 언제쯤 이 삶을 끝낼 수 있을까.’

20살이 되기 전에 정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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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함구증(Selective mutism) : 특정 상황에서 말하기를 거부하는 증상을 보인다. 불안장애(Anxiety disorder) 범주에 속하며 아동기에 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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