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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냥 Apr 06. 2024

레퍼런스체크, 36.5°C의 온기

처음 경험한 레퍼런스체크 이야기


레퍼리 역할은 해봤지만 내가 레퍼런스 체크를 받는 곳은 처음 지원해 보았다.



나는 모순덩어리다.


나 자신을 아끼지만, 나의 역량 혹은 결과물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을 하는 편이다.


누군가 나와 나의 업무에 대해 피드백해 주고 지적해 주는 일에는 감사해하지만 무논리 험담이나 비판에는 쉽게 주눅이 든다.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견뎌낼 인내력이 있지만, 다이어트는 늘 감량까지만. 유지에는 항상 실패를 한다.


끊임없는 자아성찰과 자기 객관화를 습관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게 정말 “객관적”인지 모를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나의 동료, 상사, 임원진이 보는 내가 일치해야만 자신있게 “객관적“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 철학적인 생각의 루프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도 있었다.


이번에 경험하는 레퍼런스 체크는 보편적인 수단인 “전화 통화“가 아닌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진행하게 되어서 내가 요청한 각 회사의 임원, 상사, 동료 등이 남긴 나에 대한 평가와 느낀점, 장/단점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공평하지 않거나 결과를 왜곡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인원과 다양한 직급별로 요청을 드렸다. (이직 후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분들께도 번거로운 요청을 드려 죄송한 마음이 크긴 했다..)



아직 작성 완료 기한이 많이 남아 있어서 몇몇 사람들의 평가만 본 상태인데도 결과를 보는 순간 약간 울컥하고 마음이 울렁이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누군가로부터 배려받고 관심받았을 때, 느껴지는 상대방의 마음 씀씀이를 온전히 받아들였을 때처럼,


사실 여느 구인 공고문에서 “레퍼런스 체크“라는 단어를 볼 때 긍정적인 단어로 받아들여지기보다, 차갑고 딱딱한 부정적인 단어로 무작정 받아들이고 있었고, 레퍼리 역할을 할 때도 “이렇게 까지 물어본다고?”라는 생각을 내심하고 있었다.


근데 실제로 내가 레퍼런스체크를 받고, 내 행적과 평판에 대해 시각화해서 보게 되니,

내가 나를 의심하고 자기 객관화를 해왔던 것들과 결과가 일치하는 만큼, 그 사람들이 티를 내지 않았지만 나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부분을 관심 있게 보고 인정해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레퍼런스체크’라는 단어가 더 이상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나를 다시 돌아보고 주변에 감사할 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그 관심들이 얼마만큼 따듯한 것인지 다시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제 ‘레퍼런스체크’라는 단어를 보면,
차갑고 딱딱한 단어가 아니라
36.5°C의 온기를 가진
따스한 단어라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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